[인천/경기]시각장애인 12명, 인하대 도움으로 ‘요리 체험’

  • 입력 2007년 4월 12일 0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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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제공: 인하대학교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본다는 설렘 때문에 어제 밤잠을 설쳤어요. 시각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행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11일 인하대 식품영양학과 실습실. 흰색 가운을 입은 40∼70대 여성 시각장애인 12명이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으며 돼지고기와 홍피망, 청피망, 양파, 고추를 썰고 있었다. 중국 요리인 고추잡채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준비한 것.

이 대학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은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앞두고 한 달 전부터 장애인에게 기쁨을 주는 행사를 마련하려고 고민했다.

인천 시각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평소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이 ‘음식 만들기’란 사실을 알고 여성 시각장애인들을 초청해 고추잡채와 완탕 등을 만드는 음식교실을 열기로 했다. 학교 측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로 된 요리법을 별도로 제작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의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보는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화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가스레인지 등 불을 다루는 것을 피한다. 다칠 가능성이 많아 시각장애인이 있는 가정에선 칼 등 조리기구를 부엌 깊숙이 감춰 두기도 한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맘 놓고 요리를 만들어 보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는데 요리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임에도 며느리를 맞기 전까지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준비하곤 했다는 이봉여(71) 씨는 “평소 가족이 준비해 냉장고에 넣어 둔 음식만 먹어 왔다”며 “15년 만에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인하대 홍승용 총장은 “장애인의 어려운 삶을 함께 체험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런 행사를 마련한 학생들이 자랑스럽다”며 “인하대 전 직원이 점자 명함을 제작해 시각장애인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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