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동 추모공원 다시 탄력… 대법, 서울시 손들어줘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일대 5만여 평에 제2화장장(추모공원)을 건립하는 계획이 재추진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12일 서초구 청계산지키기 시민운동본부 소속 주민 10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계획시설 결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또 주민 64명이 “추모공원 예정지 일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낸 그린벨트 해제 결정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서도 원고 측 상고를 기각했다.

시민운동본부 측은 추모공원 관련 공청회가 행정절차법에 어긋나게 개최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년여 동안의 법정 공방에서 승리한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화장로 11기 건설 △국립의료원의 청계산 이전 등을 골자로 한 추모공원 건립계획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혐오시설인 화장장을 주민들이 수용하려면 인센티브 성격의 국립의료원 이전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국무총리실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대정부 설득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03년에도 청계산에 화장장을 설치하기 위해 서울시가 국립의료원 이전을 추진했지만 건설교통부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어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추모공원 건립을 가로막는 법적인 걸림돌은 사라졌지만 서초구와 주민들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상당 기간 진통이 예상된다.

청계산지키기 시민운동본부는 이날 판결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서울시가 합리적 대안 없이 일방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관할구청인 서초구도 “청계산이 속한 서울 동남권은 경기 성남시와 수원화장장이 있어 시설 여유가 많고 오히려 동북권과 서남권에는 화장시설이 크게 부족한 상태”라며 “부족한 지역부터 우선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모공원 건립을 위해 2002년 사유지 5만 평을 그린벨트에서 해제한 이후 이 지역 땅값이 크게 상승한 점도 실제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에는 토지보상비가 500억 원으로 추산됐으나 현재는 이보다 4∼5배 오른 2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시의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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