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금수산 자락에 자리 잡은 능강솟대문화공간(대표 윤영호)이 ‘솟대 그 희망의 이름으로’라는 주제로 13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솟대 문화축제를 연다.
솟대는 기러기나 오리 등 새를 높은 장대 위에 형상화한 조형물.
고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삼한 시대에는 소도(蘇塗·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성지)에 세워 인간의 소망을 하늘에 기원했다. 또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위하거나 마을에서 인재가 나왔을 때 기념으로 마을 어귀에 세우기도 했다.
2004년 세계박물관협회 총회에서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공식 상징물로 선정됐다.
솟대를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공원인 이곳에서는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주제 출품작인 ‘열풍 변주곡’ 등을 현대적 조형언어로 재구성한 80여 점의 솟대 등 400여 점의 솟대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또 윤 대표가 솟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관람객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역사적 배경과 제작 과정 등을 강의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1985년 솟대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 현대미술관장으로 있던 그는 권옥연 화백의 ‘산마을’이라는 작품에서 솟대를 보고 솟대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도서관을 뒤지고 민속학자와 역사학자들을 찾아다녔다.
1988년 가을 미술관장직을 그만두고 경기 수원시 광교산 자락에 있는 친구의 오두막집을 빌려 솟대를 깎기 시작했고 5년 뒤 첫 조각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윤 대표의 솟대는 자연 그대로를 담아낸다. 조각이지만 가지를 자르고, 홈을 파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세우는 것이 전부. 인위적이고 정형화된 정(靜)적인 모습의 기존 솟대와 달리 자연에서 소재를 찾아 동(動)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하늘에 인간의 희망을 전달하는 매개체에 인공의 냄새가 강하면 안 된다”는 게 그 이유다.
1999년 충북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로 작업 공간을 옮긴 그는 청남대, 청주 가로수길, 제천 의림지 등에 솟대를 세웠다.
능강솟대문화공간은 160m² 규모의 솟대 전시관과 주차장, 원두막, 야외 솟대와 야생화 등을 갖추고 있다. 043-653-6160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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