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3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부친 유골 도굴사건과 2004년 10월 한화그룹 김승승연 회장 조부 유골 도굴사건 등 돈을 노린 도굴사건은 있었지만 채 부패되지 않은 시신의 일부를 때어간 사건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천시 장호원읍 최 씨 종중의 선산 관리자는 지난달 1일 선산에 올라갔다가 최근 합장한 묘가 훼손돼 있는 것을 발견해 경찰과 가족들에게 연락했다.
묘는 최모(55) 씨가 1964년 작고한 부친과 지난 1월 돌아가신 모친을 합장한 것으로 발견 당시 봉분은 파헤쳐지고 석관은 흙에 살짝 덮여있었다.
최 씨 가족은 틀어진 석관 뚜껑을 바로 잡으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뚜껑을 열어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직 완전히 부패하지 않은 모친 시신의 상체 일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빨간색 수건이 덮여있었던 것. 부친의 유골 일부도 사라졌다.
최씨 가족들은 “관을 열었을 때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어머님의 49재 이틀 전에 사건이 일어났는데 빨리 범인이 잡혀 100재라도 제대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묘 주변에서 수거한 담배꽁초와 수건 등을 통해 DNA를 확보하고 주변인들을 상대로 원한관계 및 알리바이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2002년 10월 정모(43) 씨 등 4명은 충남 공주시 정안면 한화그룹 김 회장 조부의 묘를 파헤친 뒤 두개골과 팔, 엉덩이 뼈 등 유골 5점을 도굴한 뒤 전화를 걸어 금품을 요구하려다 사건 발생 1개월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정모 씨 등 2명은 1999년 3월에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부친의 묘를 파헤쳐 시신의 일부를 가져간 뒤 유골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8억원을 요구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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