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현대증권회장 이익치씨 100억대 반출 의혹 '미궁속으로'

  • 입력 2007년 4월 16일 17시 36분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자신과 아들 명의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은행에 의문의 뭉칫돈을 송금한 의혹이 있다는 월간조선과 오마이뉴스 보도의 진위가 결국 가려지지 못한 채 검찰 수사가 중단됐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2005년 11월 접수돼 1년 넘게 진행한 이씨의 고소 사건과 관련해 김영완씨를 지난달말 참고인 중지하고 수사를 멈췄다.

`참고인 중지'란 중요 증인이나 목격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해야 하는데 소재를 알 수 없을 경우, 참고인의 행방이 확인될 때까지 사건 수사를 중단하는 결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이 (기사 진위를 확인할)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중요 인물인 김영완씨 행방이 밝혀지지 않아 김씨를 참고인 중지하고 수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고소가 접수된 뒤 이익치 씨와 기자들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했으나 보도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만한 수준의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도에 거론된 미국의 은행 2곳의 계좌에 실제 이씨와 이씨 아들 명의로 돈이 입금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미 당국에 수사공조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미국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어 협조하기 어렵다"고 답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관심을 끈 것은 이씨의 고소를 계기로 이씨가 실제 LA 은행에 돈을 예치했는지, 돈의 출처는 어딘지 밝혀질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 때문이었다.

이씨는 2003년 현대그룹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특검 조사에서 2000년 4월 고 정몽헌 회장의 심부름으로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1억 원 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150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었다.

박 전 장관의 자금관리인으로 지목된 김영완 씨도 자술서에서 박 전 장관으로부터 150억 원의 CD를 받아 관리해왔다고 진술했고 이 같은 진술 등으로 박 전 장관은 2003년 6월 구속됐다.

그러나 이씨와 김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에서 박씨의 150억 수수 부분은 무죄가 선고됐다.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는 상황이 된 것.

월간조선은 2005년 12월호에서 LA 교민사회 모 주간지 기자의 제보 등을 근거로 "이씨가 자신과 아들의 미국 이름으로 100억 원대의 자금을 미국 LA 소재 한국계 은행에 예치했고 이 돈은 이씨가 박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150억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도 같은해 11월 17일 "이씨가 2001년 4월 LA의 모 은행 지점에 자신의 큰 아들 이모씨의 명의로 비밀 계좌를 개설해놓고 이 계좌로 수천만 달러를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씨는 두 매체가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기자들을 고소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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