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에 의수(義手)를 한 이 남자는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알려 달라”는 직원의 부탁을 정중히 사양하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이 남자는 3년 전부터 매달 한 차례 ‘불우이웃을 돕는 데 써 달라’며 1만∼2만 원을 적십자사에 전달해 왔다. 꼬깃꼬깃한 1000원권 지폐를 고무줄로 묶거나 자루에 담은 100원짜리 동전을 건네고는 바로 사라진다.
이 남자에 대해서는 광주 북구에 사는 주민이고 폐지를 수집하고 있다는 사실만 밝혀졌을 뿐 인적사항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직원들은 이 남자를 ‘외팔 천사’로 부르고 있다.
이 때문에 적십자사 모금 통장에는 ‘외팔 천사’의 실제 이름 대신 ‘무명씨’ 명의로 후원금이 쌓여 가고 있다. 그가 3년 동안 매월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낸 후원금은 총 78만 원.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관계자는 “옷차림으로 미뤄 형편이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데도 매월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며 “그분의 정성이 담긴 이 돈을 뜻있는 곳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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