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파워걸’]혼성반의 46% “학급회장은 여학생”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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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삼성고 대강당. 전교 학생회장 후보 4명 가운데 유일한 여학생인 2학년 임은비(16) 양이 강단에 섰다. 전교생 1000여 명의 시선이 임 양에게 쏠렸다. 간단히 유세를 마친 임 양이 난데없이 달걀을 높이 들었다. “여기 삶은 달걀과 날달걀이 있습니다. 자, 보세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임 양을 지켜보던 학생들은 뜻밖의 행동에 짧은 탄성을 질렀다. 임 양이 날달걀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친 것. 머리카락은 엉망이 됐지만 그는 침착했다. “겉으로 보기에 어떤 달걀이 속이 꽉 찬 삶은 달걀인지 알 수 없습니다. 깨지고 나서 후회하시겠습니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세요. 삶은 달걀처럼 속이 꽉 찬 기호 2번입니다.”》

임 양의 호소력 넘치는 퍼포먼스는 적중했다. 같은 학교 3학년에 친형이 있어 3학년생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받던 한 남학생 후보를 5표 차로 따돌리고 삼성고 제21대 전교 학생회장에 선출됐다.

○ ‘남학생의 전유물’은 옛말

지금까지 남학생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학급회장(옛 반장)이나 전교 학생회장을 여학생이 맡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본보가 서울지역 남녀공학 일반계 고교 중 남녀 혼성반을 10개 학급 이상 운영하고 있는 학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242개 반 가운데 112개 반(46.3%)에서 여학생이 학급회장을 맡고 있었다. 서울 광진구의 광양고는 14개 혼성반 가운데 9개 반(64.7%)의 학급회장이 여학생이었고, 양천구의 신목고는 44개 반 가운데 26개 반(59.1%)에서 여학생이 학급회장을 맡고 있었다.

서울지역 남녀공학 중학교 25곳을 표본조사한 결과에서도 806개 학급 가운데 40.2%인 324개 학급에서 여학생이 회장을 맡고 있었다. ○ 리더십 강해진 ‘파워걸’

이들 ‘파워걸’은 일반 남학생보다 리더십의 특성도 두드러진다.

본보는 한국리더십센터(대표 김경섭)와 함께 9∼13일 서울 인천 경기지역 고등학생 가운데 전교 학생회장이나 학급회장을 맡고 있는 리더 여학생 132명과 일반 남학생 158명, 일반 여학생 1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집단 의사 결정을 내가 주도한다’고 응답한 리더 여학생은 68.9%인 반면 일반 남학생은 43%였다. 일반 여학생(32.7%)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높았다.

○ 사회의 변혁 몰고 올 ‘파워걸’

전문가들은 혼성반에서 여학생의 학급회장 비율이 40%를 넘어선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월 ‘여성 리더계층의 부상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 사회는 여성 리더 위상의 발전단계 4단계 중 2단계인 ‘상징화 단계’와 여성이 실질적 영향력을 갖춰 가는 ‘실질화’ 단계의 중간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10대의 세계에서는 여성 리더 비중이 40%를 넘어 선진국 수준인 ‘일반화 단계’를 넘어선 것. 이 보고서는 여성 리더 발전단계의 마지막을 ‘여성이 전체 리더계층의 30%를 넘어서는 일반화 단계’라고 정의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우란 수석연구원은 “학생 시절 리더십 훈련을 하고 자신감을 갖춘 여학생이 대거 배출된다면 다음 세대에는 각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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