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입법 지연에 대학-대학생-고교생들 혼란
정부가 2004년부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2005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대학과 대학생 및 고교생,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국립대 총장 국회 항의 방문=강원대 경상대 등 시도를 대표하는 9개 국립대 총장들의 모임인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16일 오후 2시 로스쿨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국회의장과 국회 교육위원장, 각 당 의장 및 대표실을 찾아 “입법 지연의 가장 큰 책임은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의원들에게 있다”며 “법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식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로스쿨 법안 왜 표류하나=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해 4월 로스쿨 입학정원 등 쟁점에 대한 협의를 마쳤지만 사립학교법 재개정 등 여러 정치적 사안과 맞물려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40개 대학은 로스쿨로 지정받기 위해 2004년부터 2020억 원을 투자해 건물을 짓거나 기자재를 구입했고 교수 372명을 충원했다. 이들 대학은 교수 인건비, 시설 확충 및 유지비에 허덕이며 하루빨리 로스쿨이 도입되길 바라고 있다.
정부는 당초 2008년 3월 로스쿨을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2009년으로 도입 시기를 한 차례 연기했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등 6당 원내대표는 최근 이 법안을 25일까지 상임위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법안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등은 이 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되지 않으면 시행령 제정, 인가 기준 마련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2010년에나 로스쿨이 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생 고교생 혼란=전국 대학 법학과 2, 3학년생 가운데 군에 입대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사시 준비와 로스쿨을 놓고 무작정 기다리느니 로스쿨 도입 여부가 확정된 뒤 진로를 정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때문에 수강 인원이 부족해 법학과 강의가 폐지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부산외국어대 정용상(법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사시 준비를 위해 입대를 미루는 학생이 많았지만 요즘은 저학년 때 입대하는 학생이 두 배가량 늘어났다”면서 “한 학기에 3, 4개 과목이 수강 인원 부족으로 폐강된다”고 말했다.
법조인을 지망하는 고교생도 진로를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고 권영욱(18) 군은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경제·통상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지만 로스쿨이 도입되지 않으면 법대에 진학할까 생각 중”이라며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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