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연극계 ‘터줏대감’ 최규호-박상숙 씨 부부

  • 입력 2007년 4월 17일 0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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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극계의 산증인 최규호(48) 박상숙(48) 씨 부부는 요즘 “인생의 깊은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가 1979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인천에서 처음이자 최장수 사설 소극장인 ‘돌체’가 자금난으로 폐쇄 위기까지 내몰렸다가 16일 새롭게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중구 경동에서 남구 문학동으로 옮긴 ‘작은 극장 돌체’는 정부와 남구 예산으로 지어졌고, 최 씨 부부가 운영하게 됐다.

인천도호부청사 인근에 자리 잡은 ‘돌체’는 지상 4층에 120석의 관람석과 연습실, 강의 실습실을 갖추고 있다.

“3년 전 사라지려는 돌체를 살리려는 시민운동에 호응한 지역 정치인들의 도움으로 멋진 문화공간이 생겼습니다. ‘레퍼토리 작품’으로 상설 공연을 하고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예술교육, 청소년 대상의 우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합니다.”

돌체를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차세대 문화 창작을 위한 ‘커뮤니티 장’으로 활용한다는 것.

16일의 개관식부터 이색공연이 이어졌다.

최 씨 부부와 막역한 사이인 일본에서 온 부부 연극인 고지야마 만스케(49) 하토리 히사요(48·여) 씨 부부가 ‘풍선’ 등 4개 작품을 공연했다. 두 부부는 각국에서 국제 마임축제를 1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최 씨 부부가 1995년부터 시작한 ‘인천 국제 클라운 마임 축제’는 매년 7, 8개국의 마임이스트와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국내에서 좀처럼 구경할 수 없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 축제를 위해 한 해에만 1억여 원 이상을 들이고 있다. 축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최 씨는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다.

2000년부터 인천종합문화회관 인근에 공연 카페인 ‘떼아뜨르 규호’를 차려놓고 술과 요리를 팔면서 군대 시절부터 갈고 닦은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4명의 연주자가 매일 오후 9시부터 밤 12시까지 콘트라베이스, 클래식기타, 드럼, 전자기타 연주와 7080세대를 위한 음악 공연을 하고 있다.

인천대 연극영화과 교수이면서도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는 최 씨는 “이곳의 운영수익으로 국제마임축제에 연간 4000만 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들 부부의 ‘방계 사업’이 많다 보니 역할 분담이 확실해졌다. 국내 팬터마임의 1인자로 꼽히는 최 씨가 극단 마임과 카페 운영을 전담하고, 부인 박 씨가 소극장을 책임지고 있다.

극단 마임은 100여 명의 연극인을 배출했고 매년 5, 6편의 정기 공연작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1980년부터 연극 작품을 공동 연출하고 있는 최 씨 부부의 공동 연출작만 100여 편에 이른다.

돌체에서는 다음 달 20일 까지 ‘두 사람’과 ‘고도를 기다리는 광대들’ 등 2개 작품을 공연한다. 돌체 홈페이지(www.clownmime.co.kr)를 통해 관람 신청을 하면 작품당 300명까지 선착순으로 무료입장권을 배부한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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