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수명 넘기면 병원 추가 배상해야"

  • 입력 2007년 4월 17일 14시 53분


의료 과실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가 기대 수명보다 오래 생존했다면 병원측이 이후 생존 기간의 치료비 등을 추가로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A(51ㆍ여)씨는 1998년 4월 패혈증 증세를 보여 모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저산소증으로 식물인간이 됐다.

신체 감정 결과 A씨는 중증 뇌손상으로 남은 수명이 4.43년 정도인 것으로 추정됐고 A씨와 가족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병원이 치료비 등을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A씨는 예상 사망 시점인 2004년 4월을 넘겨 계속 생존했고 감정 결과 5.1~8.4년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A씨와 가족은 다시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병원측은 이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기판력에 따라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며 맞섰다.

기판력은 확정 판결을 받은 동일 사항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효력을 말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17일 "남은 수명이 예상보다 최대 9년이나 더 늘어나 치료비 등이 추가로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는 이전 소송에서 예상할 수 없으므로 별개 소송으로 봐야 한다"며 생존시까지 손해배상금 4700만 원과 매월 265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전 소송의 변론종결 당시 새로운 손해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고 또 그 부분에 대한 청구를 포기했다고 볼 수 없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기판력에 의해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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