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계란과 오리알은 본래 잔술에 곁들이는 안주였지만 지금은 그 자체만 팔기도 한다. 술은 막걸리는 한 사발에 1000원, 소주는 스테인리스 공기를 기준으로 절반이면 500원, 가득이면 1000원. 류 씨의 손대중과 눈대중 만큼 담긴다.
일요일인 15일 오후 3시경 주점을 찾았을 때 이미 3, 4명이 목로(밥상)에 둘러앉아 있었다. 각자 홀로 왔지만 류 씨를 중심으로 금방 한식구처럼 이야기꽃을 피웠다.
주인에게 술을 사는 손님도 있다. 이날도 한 50대 남자가 “아주머니 300원어치만 드슈”라며 공기에 절반이 조금 안 되게 술을 따라 건넸다.
류 씨는 1973년 장사를 시작했다. 20년 전부터는 자매처럼 지내는 신모 씨와 격일로 장사를 한다.
류 씨는 남편의 거듭된 사업 실패 때문에 난전으로 나섰다고 했다. 처음에는 수줍어 말도 못했지만 지금은 그의 입담을 당할 사람이 없다. 한 손님이 “잔돈 없으니 100원은 나중에 받으라”고 하자 “100원짜리 장산데 옷이라도 벗고 가라”고 대꾸한다.
2시간 동안 50명은 족히 오갔다. 뽀빠이 이상룡 씨와 임영호 전 동구청장 등도 고객. 임 전 청장은 “구청장 때 새벽시장 시찰차 찾아가 곤계란 먹으며 주변 가로등 민원을 해결하고 인근 노숙자들에게 소주도 사주곤 했다”고 말했다.
류 씨는 “요즘 1만 원은 쓸데없다지만 우리 집 고객은 그 돈으로 곤계란 한 판(30개)과 소주 사서 부모님이 다니는 경로당을 찾아 효도한다”고 말한다.
“여기 있으면 사랑방처럼 편안해요. 잔돈으로 얼큰해질 수 있고요. 그래서 거의 30년째 시내 나올 때마다 들러요.”(송구섭 씨·56·대전 대덕구 법동)
열차가 대전역에 정차하듯 추억은 목로주점에 머문다. 그리고 사랑방 이야기는 열차 소리처럼 그칠 줄을 모른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대전 원도심 지역 중 신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멋이나 맛, 재미로 소개할 만한 곳이 있으면 제보 바랍니다. 이 시리즈는 매주 수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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