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의 전문고 대부분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학생 부족으로 문 닫을 지경이 된 지 오래다. 무엇이 인구 2000명의 작은 면에 있는 전문고까지 타지의 학생들이 찾도록 만들었을까.
5년 전만 해도 이 학교는 여느 농촌 전문고처럼 교사나 학생들이 오기를 꺼리는 대표적인 기피 학교였다.
한 교사의 회고. “2002년 첫 부임해 오후 수업을 들어갔더니 학생이 4명뿐이었습니다. ‘다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학생들이 ‘원래 오후에는 수업 않고 집에 가요’라고 귀찮다는 듯 대꾸하더라고요.”
도시 지역에서 사고를 쳐 전학 온 학생들로 근근이 학교를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교사들도 1, 2년만 되면 온갖 구실을 대고 떠났다.
변화는 2002년 12월 이 학교가 공고로는 처음으로 GM대우 군산공장과 맺은 산학협약에서 시작됐다. 학생과 교사에게 현장 실습과 연수 기회를 주고 첨단 기자재와 취업 시 인센티브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2004년부터 입학생이 늘고 우수 학생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교사들도 ‘한번 해 보자’고 나섰다.
교사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수업 장면을 포함해 학습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
지난해부터는 기업이 필요한 기능을 주문받아 가르쳐 내보내는 맞춤형 인력 양성제도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2학년 겨울방학 때 직업선호도 검사와 현장 방문을 거쳐 1년 후에 입사할 회사를 지정해 이 회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1년 동안 정규 교육 과정과 별도로 배운다.
올해 2월 졸업과 함께 전북 김제시의 고가사다리 제작업체인 ㈜호룡에 입사한 이인상(20) 씨는 학교에서 356시간 동안 방과 후 수업으로 회사가 요구한 ‘이산화탄소 가스용접 기술’을 배워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 회사 김계수 이사는 “전에는 공고 졸업생을 뽑아도 현장에서 6개월가량은 가르쳐야 했지만 학교에서 미리 배워 오니 효율적이고 인력을 사전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은 연초에 해당 기업을 찾아가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학생들을 가르칠 교안을 만든다.
올해 3학년 가운데 취업을 원하는 21명 전원이 현재 내년 초 입사할 6개 기업과 맞춤형 교육 협약대로 기술을 익히고 있다.
이 학교 졸업생의 취업 비율은 50%를 넘는다. 나머지 학생은 모두 대학에 진학한다.
일반적인 공고 졸업생 70∼80%가 대학에 진학하는 데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
학생들은 자동차정비 중장비운전 등 평균 2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자격증을 5개나 딴 학생도 있다.
자동차 제작이나 연료소비효율 등 자동차와 관련된 학생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16일 전북기능경기대회에서 자동차 정비부문 은상을 받은 김효성(18) 군은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자동차 관련 직업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며 “시설도 좋고 분위기도 자유스러워 광주에서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처음으로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이 학교에 부임한 박명규(57) 교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존립 위기를 맞고 있는 농촌 전문계 고교의 성공 모델을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부안=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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