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영장 4명 중 3명 기각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지난달 부산지검은 건축 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4000만 원을 받은 6급 공무원 A 씨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도주 우려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이달 초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또다시 기각됐다.

광주지검이 올해 1월 초 ‘바지사장(명목상의 회사 대표)’을 내세워 도박 PC방을 운영한 군청 공무원 B 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과 인천지검이 1월 말 마약사범 선처 대가로 1400만 원을 수수한 현직 경찰관 C 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역시 법원은 발부하지 않았다.

2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4월 초 일선 검찰청 등을 통해 수집한 구속영장 기각 사례를 분석한 결과 15건의 공무원 범죄에 대한 구속영장 가운데 11건이 기각되고 4건만 발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범죄 구속영장 기각률은 73.3%로, 같은 기간 전체 범죄의 기각률(16.5%)에 비해 4.4배나 높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구속영장 발부에 신중을 기하라”고 지시한 뒤 구속영장의 기각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공무원 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의 약 4분의 3이 기각된 것.

특히 공무원 범죄 가운데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찰이 지휘한 사건을 제외하고 검찰이 인지해 직접 수사한 10건에 대한 구속영장은 9건이 기각되고 1건만 발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신분이 확실한 공무원들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될 게 뻔해 무조건 불구속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합의됐던 구속영장 항고제 도입도 무산돼 검찰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일선 지청의 한 검사는 “구속수사를 할지 불구속수사를 할지에 대한 검찰의 의견을 법원이 무시하면서 법원이 수사기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론스타 사건’ 관련자의 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지난해 11월 이후 법원별, 판사별, 범죄별 영장 기각 유형 등을 집중 분석해 왔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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