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재보선 D-4]대전-전남 격전…“뚜껑 열어봐야 안다”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찍어줄게요” 4·25 재·보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모인 시민들이 한 국회의원 후보의 연설 도중 박수를 치며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전=김동주  기자
“찍어줄게요” 4·25 재·보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모인 시민들이 한 국회의원 후보의 연설 도중 박수를 치며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전=김동주 기자
“투표하세요” 19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 장터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장터에 몰린 시민들을 상대로 투표 참여 홍보를 하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투표하세요” 19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 장터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장터에 몰린 시민들을 상대로 투표 참여 홍보를 하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알고 찍으세요” 15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등이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부재자투표 안내문과 후보자 홍보물을 발송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부일보
“알고 찍으세요” 15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등이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 부재자투표 안내문과 후보자 홍보물을 발송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부일보
《4·25 재·보궐선거의 하이라이트는 경기 화성, 대전 서을, 전남 무안-신안 등 세 곳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다.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금배지’를 뽑는 선거지만 대선을 약 8개월 앞두고 실시된다는 점에서 민심의 풍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각 당도 3곳의 선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본보 르포 결과 대전 서을과 무안-신안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전 서을, 당이냐 인물이냐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가 괜찮은 것 같던데….” “무슨 소리야. 그래도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지.”

19일 오후 대전 서구 삼천동 K아파트. 단지 안에서 열린 일일장터를 찾은 주부들이 4·25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들을 화제에 올렸다.

정모(45) 씨가 “심 후보만 한 인물이 있느냐”고 말하자 이모(39) 씨는 “그동안 정부가 잘못한 걸 따지려면 한나라당을 찍어야죠”라고 했다. 옆에 있던 김모(50) 씨는 “투표할 것도 아니면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대전에서 50년을 살았다는 택시운전사 김모(59) 씨는 “이곳의 표심은 순식간에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선거도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포인트 박빙 승부 예상

대전 서을 지역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접전지역으로 꼽히는 곳.

심 후보 측에서는 이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반면 이 후보 측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2∼4%포인트 뒤지고 있다며 ‘막판 뒤집기’를 노린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들쭉날쭉해 판세를 점치기 어렵다.

심 후보는 12일 대전KBS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33.4%)보다 9.6%포인트 높은 43.0%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충청투데이의 15일 여론조사에서도 41.9%의 지지율로 이 후보(35.7%)를 6.2%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13일 대전일보 조사에서는 3%포인트(심 후보 42.9%, 이 후보 39.9%), 14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1.7%포인트(심 후보 33.1%, 이 후보 31.4%)의 근소한 차로 앞섰다. 이 후보 측 박현호 사무국장은 “한나라당 지지 세력이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예비 후보였던 박범계 변호사가 사퇴하면서 심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민주당 이강철 후보까지 사퇴하면서 심 후보가 반(反)한나라당 후보가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심 후보 측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앞서고 있지만 결국 1∼2%포인트의 표 차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정당이냐 인물이냐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은 ‘정당’을, 국중당은 ‘인물’을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다.

선거구 곳곳에 걸린 현수막에서도 이 후보는 ‘정권교체’를, 심 후보는 ‘대전의 자존심’을 강조했다. 대전 충청 민심이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였던 만큼 이번 보궐선거도 12월 대선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반면 국중당은 이번 선거에서 충청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역을 대변할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 후보 측 김창수 기획총괄본부장은 “꾸준히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우리가 내세운 인물론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당은 한나라당, 인물은 심대평’이라는 복합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최종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투표율에 따른 이해득실도 서로 다르다.

심 후보 측은 여론의 지지가 표로 이어지도록 투표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투표율이 낮은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본다. 시장과 구청장은 물론 구의원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 소속 인사들이 넓게 퍼져 있는 등 조직 동원력에서 심 후보를 앞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21일과 22일 잇달아 대전을 찾아 이 후보에 대한 막판 지원에 나설 예정이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 6월 대전시장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박성효(현 시장) 후보가 당시 박 대표의 지원 유세에 힘입어 선거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당선된 바 있다.

대전=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전남 무안-신안, 엇갈리는 애증

일장이 열렸던 19일 전남 무안군 무안읍 성남리 장터.

80여 m의 간격을 두고 민주당 김홍업 후보와 무소속 이재현 후보의 유세 차량이 유세전을 펼치고 있었다. 차량 사이의 거리는 연사들 간에 서로 말하는 내용이 들릴 정도였다.

“사랑하는 군민 여러분, 무안서도 국회의원 하나 냅시다. 김대중 일당만 국회의원 하란 법 어디 있소?”

이 후보의 유세 차량에서 먼저 ‘선공’을 날렸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 후보의 유세 차량 위에 있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반박했다.

“무안과 신안, 여기가 어디는 고향이고, 어디는 객지요? 둘 중 어느 한 곳은 경상도요?”

25일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이 지역 선거운동이 ‘소(小)지역주의’로 번지는 양상이다.

○“신안서 다 하면 무안은…”

과거 선거 때에도 육지인 무안과 섬인 신안의 지역감정이 불거지기는 했으나 무안과 신안에서 지지율이 비슷한 후보가 각각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안지역은 신안보다 인구가 1만 명가량 더 많으나 그동안은 신안 출신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계속 국회의원을 해 왔다.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다 김홍업 씨에게 밀린 무안 출신 이재현 전 무안군수는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20일 무안군 무안읍 성남리에서 만난 주민 가운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은 강경하게 자기주장을 펼치는 반면 김 후보 측은 말을 빙빙 돌리다 “어쩔 수 없지 않나”라고 답하는 모습이었다.

김영철(52) 씨는 “진작에 이재현 씨로 정해 버렸다”며 “저기(신안)서 다 하면 무안이 버려 버리지라. 그럴 바에야 한나라당 후보 찍는다”고 말했다. 서병찬(53) 씨는 “자기 아버지는 대통령 하고, 아들(김홍일 전 의원)이 국회의원 하고, 또 한다고?…”라고 쏘아붙였다.

택시운전사 노호영(49) 씨는 “2002년 태풍 ‘루사’가 불었을 때도 신안은 보상금을 많이 받았는데 무안은 그렇지 못했다”며 “홍업 씨가 정말 똑똑하다면 연고도 없는 이 지역에서 나올 게 아니라 서울에서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조남연(62) 씨는 “이 사람이 하나 저 사람이 하나 다 마찬가지인데…”라며 말을 돌리다 조심스레 김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 홍업 씨 못하면 민주당이 다음에는 없는 거 아닌가. 반발은 큰데 어쩔 수 없어.”

○“팔은 안쪽으로 굽는 거 아닌가”

그러나 신안 주민들이 뭍으로 들어오는 입구인 목포시의 여객선터미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신안군 자은면에 사는 김응렬(59) 씨는 “개인적 생각으로는 홍업 씨가 후보로 안 나왔으면 좋았을 건데 이재현 씨가 민주당에 왔으면 이재현 씨를 찍었을 건데”라면서도 “민주당 후보한테 줘야죠”라고 말했다. 나정태(73·신안군 장산면) 씨는 “이재현 씨가 군수 잘했다는 말은 들었다. 그런데 무안 출신이라 우리 신안하고는…. 팔은 안쪽으로 굽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16, 17일 목포MBC가 이 지역 성인 남녀 7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안에서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도는 양쪽 모두 32%로 팽팽하다. 신안에서는 김 후보가 34.5%, 이 후보가 12.6%로 두 지역을 합해 전체적으로는 김 후보(33.1%)가 이 후보(23.4%)를 앞서는 양상이다.

문제는 투표율. 선거 관심층은 무안이 50.5%, 신안이 56%로 신안이 더 높지만 실제 투표율도 그렇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도 사람들을 투표소에 많이 데려오겠지만 이 후보에게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이 후보의 조직이 워낙 막강하다”고 말했다.

무안=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경기 화성, “투표율 꼴찌 할라…”

객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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