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가 이용하는 호수마을 앞 마두역에서는 여의도까지 가는 직행버스가 없기 때문이다.
1700원을 내고 일산에서 서울의 당산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당산역에서 회사까지는 택시로 이동하는 출퇴근길을 김 씨는 2년 반째 반복하고 있다.
▽돈도 시간도 갑절=물론 김 씨가 택시를 타지 않고 출퇴근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당산역에서 내리지 않고 10분 정도 버스를 더 타고 가서 종점인 영등포에서 내리면 여의도로 가는 서울시내 버스로 갈아탈 수 있다.
그러나 비용 대비 시간을 계산하면 ‘당산역+택시’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내린 김 씨의 판단이다.
또 서울 지하철 3호선과 연결되는 전철 일산선을 타고 종로3가에서 5호선으로 갈아탄 뒤 여의도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을 택할 경우 출퇴근 시간이 버스를 이용할 때의 두 배가 된다.
김 씨는 “이러다 보니 신도시에 사는 많은 동료들이 길이 막히는 데도 자가용을 끌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 사는 맞벌이 주부 황성희 씨는 서울 신촌의 회사까지 출근하기 위해 매일 오전 6시 반 전에 집을 나선다. 그래도 황 씨가 정류장에 도착할 때면 이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100m를 넘는다. 5분마다 광역버스가 오기는 하지만 버스마다 20여 명의 승객은 자리에 앉지 못한 채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서울시청에 닿을 때까지 한 시간 넘게 서서 가야만 한다.
3년째 계속되는 지옥 같은 출근길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황 씨에게는 대안이 없다. 풍덕천동에서 서울 강북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황 씨에게 퇴근길은 또 다른 전쟁이다. 회사에서 퇴근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갈아 탄 수지행 광역버스는 서울시내 이곳저곳을 거치기 때문에 경부고속도로까지 진입하는 데만 무려 한 시간이 걸린다.
▽교통난 해결의 먼 길, 단계적 순서는?=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집 가까이에서 서울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광역버스 노선 신설”을 요구하지만 이 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서울시와 경기, 인천의 생각은 다르다.
서울시는 2005년 수도권 시민들의 출퇴근 불편을 덜기 위해 서울 인천 경기가 ‘수도권교통조합’을 만들 때 앞장섰지만 서울로 진입하는 광역버스 노선 신설과 증차 요구에 대해서는 ‘억제’ 방침이 확고하다.
서울시는 “노선 신설과 증차는 서울시의 교통난을 가중시켜 수도권 전체의 교통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며 “무조건 노선 증설을 하기보다는 원거리는 광역철로 다니고 가까운 거리는 버스로 이동하는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업장이 경기도에 있는 버스회사들은 서울시의 관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서울시가 종합적인 교통정책을 시행할 수 없다는 우려가 노선 신설을 가로막고 있다. 일례로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 중 하나인 광역버스의 ‘꼬불꼬불 노선’에 대한 개선에 면허권을 갖고 있지 않은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노선 신설보다 환승체계 구축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도시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지역에 대규모 복합 환승센터를 만들고 환승센터에서 서울시내로 들어오는 노선의 정류장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오재학 연구위원은 “서울 도심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광역버스는 서울 경계까지만 운행하고 서울 도심 진입은 서울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현 단계에서 가능한 보완책”이라며 그 전제조건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의 요금체계가 통합되는 한편 편리한 환승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시는 버스카드 통합과 관련해 거의 합의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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