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金회장 주먹질”…한화측 “폭력 휘두른 사실 없다”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사건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경찰 첩보, 술집 종업원들과 인근 가게 주인들의 증언, 한화 경호원들의 경찰에서의 진술, 한화그룹의 주장이 각기 달라 아직 사건의 실체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김 회장이 자신의 경호원들을 동원해 상식을 벗어난 보복 행위를 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김 회장은 자신의 둘째 아들(22)이 술집에서 맞고 돌아오자 경호원들을 이끌고 가해자들이 종업원으로 있는 또 다른 술집에 들이닥쳐 폭력을 휘둘렀다.

김 회장 일행은 또 종업원들을 청계산의 한 공사장으로 끌고 갔는가 하면 김 회장이 직접 흉기를 꺼내 술집 사장을 위협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경찰은 김 회장이 보복 폭력을 휘두르는 현장에 처음부터 있었으며 직접 종업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화그룹은 지금까지 김 회장이 뒤늦게 술집을 찾아가 아들과 그를 때린 종업원의 화해를 주선했을 뿐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다고 밝혀 왔으나 경찰 수사를 통해 한 편의 액션영화와 같은 보복 폭행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 드러난 사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달 8일. 김 회장의 둘째 아들과 친구 등 2명은 이날 오전 5시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G가라오케를 찾았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던 김 회장 아들 일행은 G가라오케에서 나오던 다른 손님 8명과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다.

김 회장 아들은 A 씨 등에게 폭행을 당했고 계단에서 굴러 눈 아래가 찢어졌다.

A 씨 일행은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로 이날 오전 7시경 택시를 타고 모두 귀가했다. 김 회장 아들은 병원에서 12바늘을 꿰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의 아들은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렸고 김 회장은 자신의 경호원과 용역 경비업체 직원, 운전사 등 15명을 데리고 이날 오후 G가라오케를 찾아갔다. 경호원과 경비업체 직원은 대부분 유도대학 출신이었다.

당시 김 회장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한 탓인지 등산복 차림에 모자를 깊이 눌러쓴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아들을 때린 사람들을 데려오라고 G가라오케에 요구했다. 이 술집에서 연락을 받은 S클럽 종업원 4명이 사과를 하기 위해 G가라오케로 오자 김 회장 일행은 이들을 청계산의 한 공사장으로 끌고 갔다.

김 회장은 이들에게 “아들을 때린 사람이 누구냐”며 추궁한 뒤 장갑을 낀 주먹으로 한 종업원의 가슴을 때렸다. 또 나머지 종업원들의 머리를 쥐어박고 발길질을 하기도 했다. 경호원들도 이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김 회장 일행은 아들을 주로 때린 A 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차량 6대에 나눠 타고 S클럽을 직접 찾아갔다. 당시 시간은 이날 오후 7시 반경.

김 회장은 S클럽에 들어서자마자 “아들을 때린 사람이 누구냐”며 클럽 사장 조모(43) 씨를 다그쳤다. 김 회장과 동행한 경호원들은 종업원들의 뺨을 때리며 분위기를 제압했다.

조 씨는 A 씨를 김 회장 일행이 있는 룸으로 데려갔다. 룸에는 김 회장과 아들, 경호원 3, 4명이 있었다. A 씨는 룸 안에서 김 회장 아들에게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김 회장은 보복 폭행이 마무리되자 폭탄주를 한 잔씩 만들어 이들에게 돌렸다. 김 회장은 술값 명목으로 100만 원을 주고 가게를 나섰다. 이 시간이 다음 날인 3월 9일 오전 1시 반경이었다.

A 씨 등 종업원 몇 명은 1주일 정도 출근하지 못할 정도로 부상이 심했다.

○ 엇갈리는 주장

하지만 S클럽 종업원과 인근 상인들은 확인된 사실보다 김 회장 측이 훨씬 심하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S클럽 종업원들을 청계산의 한 공사장으로 끌고 간 뒤 “내 아들이 눈을 다쳤으니 너도 눈을 맞아라”라며 한 종업원의 눈 주위를 집중적으로 때렸다는 것. 이때 경호원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르기도 했다고 S클럽의 한 종업원은 전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직접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회장 일행이 S클럽을 직접 찾아갔을 때는 경호원뿐 아니라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사람이 대거 왔다는 증언도 있다.

한 종업원은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20대들이 온 뒤 곧이어 폭력조직의 두목쯤으로 보이는 40, 50대들이 4륜구동차를 타고 왔다”며 “이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건달과는 급이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에서 밝힌 경호원 15명보다 훨씬 많은 30여 명이 몰려왔다는 것. 이 종업원은 당시 가게에 있던 종업원 20여 명이 거의 모두 맞았다고 전했다.

인근 상인들도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려 했지만 조직폭력배들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들이 가게 주변에 쫙 깔려 들어가지 못했다”며 “이들이 전기충격기와 가스총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쇠파이프와 회칼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는 상인도 있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 사건을 쉬쉬하는 것은 당시 몰려왔던 사람들에게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은 이에 대해 “일부는 김 회장의 종로구 가회동 자택 경호를 맡고 있는 경호원이며 일부는 용역업체 직원들”이라며 조직폭력배 동원 의혹을 부인했다.

김 회장이 클럽 사장 조 씨의 머리에 직접 권총을 겨누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 씨가 김 회장이 있는 룸으로 종업원을 모두 불러 모은 뒤 사과를 하기 위해 무릎을 꿇자 김 회장이 권총을 꺼내 조 씨의 머리에 들이댔다는 것. 이때 김 회장은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면 당신은 죽었다”며 조 씨의 뺨을 연달아 3대 때렸다고 한다.

당시 김 회장이 금장식의 손잡이가 달린 권총을 꺼냈다는 구체적 증언도 있다.

또 김 회장은 조 씨가 A 씨를 데리고 룸으로 들어오자 아들에게 “분이 풀릴 때까지 때려라”라고 말하며 아들의 폭행을 사주했다고 한 종업원은 전했다.

한 종업원은 “김 회장이 술값으로 하라며 100만 원을 주고 간 뒤 곧바로 한화의 한 협력업체 사장이 조 씨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줬다”고 밝혔다.

이런 증언에 대해 한화 측은 “김 회장이 뒤늦게 보고를 받고 클럽에 갔으며 양측의 화해를 주선하고 폭탄주를 돌렸다”며 종업원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경호원 등 15명의 신원을 모두 확인했으며 폭력조직이 개입했거나 이들이 흉기를 소지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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