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Rush]中유학생 2만명 한국대학 누빈다

  • 입력 2007년 4월 30일 02시 56분


한류 열풍으로 한국 대학에 대한 관심이 높고 국내 대학도 중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 중국 유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성균관대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 김미옥 기자
한류 열풍으로 한국 대학에 대한 관심이 높고 국내 대학도 중국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 중국 유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 성균관대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 김미옥 기자
《올해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에 입학한 더우쥔(21·여) 씨는 2005년 중국 칭다오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한국행을 결심했다. 중학교 때부터 성시경 등 한국 가수의 노래를 좋아해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 학교 한국어학당을 거쳐 ‘한국 대학생’의 꿈을 이뤘다. 그는 “한국은 교수와 친구들이 유학생에게 따뜻하게 대해 줘 공부할 힘이 난다”며 “신문방송학을 공부해 광고와 방송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을 찾는 중국 유학생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대학 간 교류도 활발해 1992년 국교 수립 이후 불과 15년 만에 한국 대학 가운데 중국의 대학과 자매결연이나 교환학생 협정 등을 체결하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중국에서 한국어 능력이 취업에 중요한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을 찾는 유학생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0년 대 들어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중국 유학생이 많이 찾는 유학국 2위로 올라섰다.》

성균관大 중국대학원까지 설립… 모든 강의 중국어로

▽늘어나는 중국 유학생=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3만2557명 중 중국인은 2만80명으로 61.7%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3221명이던 중국 유학생은 지난해 1만9160명으로 5년 만에 6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민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는 진메이(26·여) 씨는 “자율적인 분위기의 한국 대학은 중국에서 선망의 대상”이라면서 “중국 대학은 학교가 수업시간표를 짜는데 한국 대학은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하고 주도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창춘대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 경영학부에 편입한 훙하이란(24·여) 씨는 “한국 대학은 선후배 사이가 좋아 공부나 학교생활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무르익는 대학 교류=중국 대학과 본부 차원의 협정이나 자매결연한 대학도 많지만 최근에는 학과나 전공을 살린 특성화 교류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대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8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있지만 단과대 차원의 교류는 훨씬 활발하다.

경영대는 지린대의 경영대와 단기 연수 체결을 맺었고, 약학대는 선양대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간호대는 베이징대 간호대와 매년 교수 2명씩 상호 교류하고, 연변과학기술대 간호학부와 임상 교수 및 학생 교환을 하고 있다.

중국 12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있는 한국외국어대는 1993년 베이징외국어대와 교류협정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베이징어언대, 올해 상하이외국어대와 협정을 맺어 외국어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전문기관 설립도 활발=성균관대가 국내 최초로 세운 중국대학원은 대학원장을 비롯한 교수진이 모두 중국 교수로 모든 강의를 중국어로 하는 것이 특징. 푸단대 경제학원과 복수 학위제를 시행해 양 교에서 1년씩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석사학위를 받는다.

왕이치 대학원장은 “우수한 중국 교수진과 교육과정을 통해 탁월한 중국 전문가를 기르고 있다”면서 “개원한 지 일 년 반밖에 안됐지만 특성화된 경쟁력으로 한중 양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입학을 보장하는 ‘한중 미래 지도자 양성과정’을 운영 중인 경희대는 교육부 국제교육진흥원이 추진하는 한국어 연수 프로그램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양국 정부의 교육교류협정에 따라 매년 중국 대학의 한국어 전공자 중 성적 우수자 50명이 한 학기 동안 경희대에서 연수를 받는다.

배재대는 2005년 중국 안후이대 허베이대 등 15개 자매 대학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짓고 2000여 명의 중국인 학생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지방대 “중국에서 활로 찾자”=지방대는 중국 유학생 유치에 특히 공을 쌓는 한편 교육부의 지방대학 혁신강화사업(누리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학생 모집난이 심각해 중국 학생들을 활용하려는 지방대가 많다.

중국 13개 대학과 자매결연한 호남대는 중국인 재학생 210명이 자체 학생회를 조직해 한국어말하기대회를 열 만큼 교류가 활발하다. 누리사업으로 만들어진 ‘문화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단’은 베이징복장학원과 디자인 등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원광대 ‘주얼리 마스터 인력양성사업단’은 중국 내 12개 보석세공업체와 산학협약을 체결하고 매년 20여 명을 중국에 현장실습을 위해 파견하고 있다. 순천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비즈니스인력양성사업단’은 베이징과기대, 상하이대외무역대 등과 자매결연했다.

대전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배재대 목원대 한남대 대전대 우송대 충남대 한밭대 등 8개 지역 대학과 함께 86억 원을 들여 450명을 수용하는 외국인 기숙사를 7월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현재 대전지역 20개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1745명 가운데 1106명(63.4%)이 중국인인 점을 감안한 것.

교육부 김규태 대학학무과장은 “지방대는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중국 유학생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유학생을 대거 유치해 학생 수를 늘리는 동시에 중국 진출의 발판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한국서 배운 중국학생들이 韓中관계 주도할 것”▼

경희大 국제교육원 김종미 교수

“우리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베이징대를 거쳐 사회의 중추가 되는 20년 뒤에는 중국을 완전히 이해하고 한국과의 교류를 주도하는 ‘한중 지도자’로 자리 매김할 것입니다.”

경희대와 중국 베이징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한중 미래 지도자 양성과정’의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김종미(44·사진) 경희대 국제교육원 교수는 베이징대 유학은 목적이 아닌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학생 스스로 세계 일류대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넘어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

한중 미래 지도자 양성과정은 2003년 시작됐다. 고교 졸업 이상의 우수 학생을 매년 40명씩 선발해 경희대와 베이징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중국어 등 교육과정을 1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친 뒤 베이징대에 입학시키는 프로그램.

김 교수는 “베이징대가 외국에 교육기관을 두고 입학을 보장하는 사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이 과정이 유일하다”면서 “경희대가 한중 수교 이전부터 베이징대와 교류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고교 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등으로 선발된 학생들은 1년 반 동안 중국어와 영어, 수학 등을 하루에 5, 6시간 씩 배운다. 시험을 100번 넘게 볼 정도로 교육과정이 엄격하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베이징대로 연수를 떠난다.

김 교수는 “당초 베이징대가 60명까지 입학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우수 인재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40명만 선발하고 있다”면서 “우수한 지원자가 늘어나면 선발 정원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의 학생 중 외고 중국어반 출신 등 고교 졸업 뒤 곧바로 들어오는 경우가 절반 정도이고 고려대나 연세대 등 다른 대학을 다니다가 오는 학생이 30%, 경희대 학생이 20% 정도를 차지한다.

김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교수 6명은 모두 베이징대 교수여서 현지에 맞는 사전 교육이 가능하다. 1년에 3차례 베이징대에서 면접관이 와서 직접 면접을 실시하고 시험 성적과 중국어 실력 등을 감안해 최종 입학 허가를 내린다. 평균 합격률은 87% 정도이고 학비는 한 학기에 340만 원 정도.

이 과정을 통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98명의 학생이 베이징대에 입학했다.

김 교수는 “이 학생들이 베이징대 총장 우수 장학금, 유학생 대표, 교내토론대회 입상 등을 휩쓰는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해 한국 유학생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