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나이롱 환자’ ‘멋대로 외출’ 어림없다

  • 입력 2007년 4월 30일 02시 57분


■11월부터 외출-외박하려면 병원 허락받아야

환자는 병실에 없었다.

올해 초 손해보험협회의 정모 과장이 교통사고로 일주일째 입원한 A 씨를 찾아갔을 때 A 씨는 외출 중이었다.

휴대전화로 연락하자 A 씨는 “급한 볼일이 있어 잠깐 나왔다”며 허겁지겁 병원으로 돌아왔다. 그는 입원한 다음 날부터 낮에는 회사에 출근도 했다고 한다.

정 과장은 “통원하며 치료해도 되는데 보험금을 많이 타기 위해 A 씨처럼 낮에 일하고 밤에만 입원하는 방법으로 오랜 기간 입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또 간단한 교통사고인데도 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으면서 사고를 낸 상대방을 협박해 돈을 뜯어 내려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 11월경부터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가 외출할 때는 병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보험금을 많이 받기 위해 아프지 않은데도 입원하는 속칭 ‘나이롱환자’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런 내용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5월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고,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 시행된다.

손해배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는 외출이나 외박을 할 때 해당 병원이나 의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병의원은 환자의 외출과 외박 사실을 반드시 기록해 남겨 둬야 하고, 이를 어기는 병의원에는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보험사는 병의원이 관리하고 있는 외출 및 외박 기록을 수시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손보협회가 14개 손보사와 공동으로 전국 3164개 병의원에 입원한 환자 1만7692명을 대상으로 입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930명이 병실을 비워 부재(不在)환자비율이 16.6%에 이르렀다.

보험사기 전문가들은 “구급차, 레커차 등의 불법 영업을 단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원 환자 관리만 한다고 해서 보험사기를 크게 줄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현장만 찾아다니는 사설 구급차가 많은데 이들 구급차는 환자 한 명을 데려가는 대가로 일부 병의원에서 치료비의 일정 비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부 병의원은 나이롱환자와 짜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보험금을 실제보다 많이 받기도 했다. 올해 1월 경찰이 이런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의원 원장을 입건하기도 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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