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6월 임시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제정 및 로스쿨 대상 학교 선정 등 후속 조치를 고려하면 일정이 촉박해 졸속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005년 10월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로스쿨법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잠을 자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한나라당이 일부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 원안은 로스쿨의 전체 정원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협의해 정하도록 했다. 한나라당의 수정안은 이들 가운데 법학교수회장과 변협회장을 제외했다.
정치권은 정원 규모를 정하는 사람의 범위 외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사립학교법 재개정, 로스쿨법,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연계한다는 한나라당의 전략에 발목을 잡혔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로스쿨이 2009년에 개교하려면 내년 8월 법학적성시험(LEET)을 실시해야 한다. 로스쿨 지망생들이 미리 이수해야 하는 선수 과목과 시험 요강은 현행법에 따라 최소한 시험 1년 전인 올해 7월 말까지 공지해야 한다.
이외에도 로스쿨 전체 정원, 로스쿨 설치 학교 등 민감한 문제도 놓여 있어 로스쿨을 설치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최소한 개교 4개월 전인 2008년 10월 말까지는 지정 대학 인가를 통보해야 한다.
당초 교육부는 ‘5월 인가심사 기준 발표→5∼8월 인가신청 접수→8월∼2008년 3월 인가심사→3월 예비 선정→10월 최종 선정’ 등의 절차를 밟아 로스쿨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로스쿨법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된다고 하더라도 추진 계획이 2개월씩 지연되면 2008년 12월에나 로스쿨 설치 대학 지정이 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6월에 로스쿨 법이 통과되면 심사 일정을 단축하거나 생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무산되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 정기국회에서 이 법은 정치권의 관심을 끌기 힘들어진다.
로스쿨을 준비해 온 대학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 등으로 구성된 로스쿨 추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여 개 대학이 2020여억 원을 투자해 왔는데 정치권의 무성의로 대학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변호사 3000명 배출을 보장하는 로스쿨법을 5월 회기를 소집해 처리하지 않으면 여야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한 법대 학장은 “로스쿨 개교가 늦어질수록 유치전과 탈락에 따른 후유증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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