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불꽃이 튀는 전기충격기를 내 목에 들이댔다. 하지만 실신 상태에 이를 정도로 이미 너무 많이 맞아 큰 충격을 느끼지 않았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부자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은 30일 새벽 이뤄진 마지막 보강 조사에서 기존의 진술과 다른 새로운 얘기를 쏟아냈다.
이들은 김 회장 부자가 폭력을 주도했으며,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경호원들도 폭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한화그룹 측은 “피해자의 진술에 무리한 점이 많다”며 “경찰 조사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경호원들이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
지난달 27, 28일 피해 조사를 받은 S클럽 종업원들은 줄곧 “김 회장이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김 회장 부자에게 주먹과 발로 맞았다”고 진술하면서 “경호원들에게는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30일 새벽 이들은 당초 주장을 번복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청계산 기슭의 한 공사장으로 끌려간 종업원들은 경호원들의 구둣발에 무릎 뒤쪽을 맞고 김 회장 부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
이어 김 회장은 S클럽 영업이사 조모 씨를 주먹과 발로 쓰러뜨린 뒤 공사장에 있던 쇠파이프로 등을 한 차례 내리쳤다. 그 뒤에도 발로 얼굴과 몸을 수십 차례 가격했다고 조 씨는 밝혔다. 쇠파이프의 길이는 150cm 정도.
김 회장은 조 씨가 쓰러지자 함께 공사장에 끌려온 종업원 3명에게 “너희들은 (조 씨가 내 아들을 때리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고 뭐했느냐”며 손과 발로 얼굴과 등을 각각 10여 차례 가격했다고 피해자들은 주장했다.
김 회장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경호원들에게도 폭행을 지시했다는 것. 경호원 한 명은 주먹으로 4명 모두를 폭행했지만 또 다른 경호원은 조 씨가 거의 실신하자 나머지 3명에게만 폭력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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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S클럽에서 김 회장은 사장 조모 씨의 뺨을 때리며 아들을 때린 사람(윤모 씨)을 찾아 오라고 했다.
윤 씨가 김 회장 일행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김 회장은 아들에게 “네가 때려라”라며 “내 아들이 눈을 다쳤으니 너(윤 씨)도 눈을 맞아라”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아들은 주먹으로 윤 씨의 얼굴을 때리고 정강이를 10여 차례 걷어찼다.
경찰은 S클럽 영업이사 조 씨와 윤 씨의 당시 진료기록을 확보했다. 진료기록에 따르면 조 씨는 머리 타박상과 갈비뼈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윤 씨는 머리에 타박상을 입고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경찰은 “피해자 가운데 4명은 김 회장과 아들의 처벌을 원한다고 했지만, 나머지 2명은 ‘보복이 두려워 말을 못 하겠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일부는 “그 후 한화그룹 홈페이지에 들어가 (김 회장 사진을) 보니 때린 사람이 맞았다. 현장에서 경호원들이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은 사건 당시 김 회장이 별이 2개 달린 모자에 가죽 잠바, 가죽 장갑 차림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김 회장 일행 가운데 한 명은 경호원과 달리 잠바를 입고 있어 “경호원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는 피해자 진술도 확보했다. 피해자들은 30일 새벽 김 회장과 대질신문을 한 뒤 김 회장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자 진술을 더욱 구체적으로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은 김 회장에게 “만약 우리가 거짓말을 했다면 법정에서 처벌을 받겠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진실을 밝혀 주세요”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김 회장은 담담하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 현장에 있었던 둘째 아들 친구를 찾아라
경찰은 김 회장 등 한화 측이 모두 “청계산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것에 대해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 기록을 확보해 김 회장 측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할 계획이다.
이미 경찰은 27일 김 회장 부자와 경호 관계자 모두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해 30일 발부받았다. 사건 당일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청계산에서 통화한 기록이 나오면 결정적 단서로 작용할 수 있다.
경찰은 현재 김 회장 일행이 피해자들을 강남구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청계산까지 끌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길에 있는 CCTV의 기록과 과속단속 카메라도 살펴보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중구 북창동 S클럽의 CCTV는 고장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건 당일 G가라오케와 청계산 폭행 현장, S클럽 등 모든 폭행 현장에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의 친구 A 씨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은 둘째 아들을 조사했을 때 A 씨의 소재를 집중 추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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