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1] 제시문 <가>와 <나>가 각각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시오. (500자 ±50자)
[논제 2] 제시문 <다>와 <라>의 요지를 설명하고 모든 제시문을 바탕으로 ‘그림 A 와 B’를 비교한 감상을 논술하시오. (1000± 50자)
※ 제시문은 이지논술 사이트에 있습니다.
■학생글 - 강민성·대입재수생
[논제1]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정말 똑같이 그리면 참 그림을 잘 그린다고 감탄을 한다. 그림은 우선 그리는 대상을 정확하게 그리는 기술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고 좋은 그림일까.
① 어쨌든 그림은 실물에 대한 묘사의 정확성이 그림의 수준을 우선은 구별하게 해준다. ②<가>에서 화가가 제왕에게 형상이 있는 개와 말 같은 동물을 그리는 게 가장 힘들고 형상이 없는 ‘귀신이나 도깨비를 그리는 것이 가장 쉽다’라고 말은 까닭은 대상을 형상화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③그 달리 유명한 역사인물은 아닌 것 같은 미원장이 소의 눈동자 속에 목동의 모습이 있고 없음으로 진본과 가짜본을 판가름했다. 이 이야기는 그림의 일차적 성격은 ④묘사적 사실성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나>는 대나무를 그릴 때에는 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완성(成竹於胸中)’하라는 송나라 시인 소동파의 회화관이다. 대나무의 본질적인 특성은 대나무에 있는 것이지만 운치를 느끼는 것은 화가에게 달려있으므로 그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말고 그 운치 있는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느껴 우선 ‘마음속에 대나무’를 그리고 나서 ‘대나무의 운치’를 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제 2] 매화는 겨울 삭풍과 눈보라 속에서 맑은 향기를 내뿜으며 봄을 선두에서 알린다. 난초는 깊고 한적한 산골짜기에서 홀로 은은한 향기를 퍼뜨려 여름의 무더위를 식힌다. 국화는 늦가을 찬 서리를 맞으면서 깨끗한 꽃을 피운다. 대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소나무와 더불어 푸른 잎을 잃지 않는다. 이름 하여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은 이런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모두 다 높고도 고결한 선비의 인품을 닮아 사군자라고 부른다.
⑤그래서 옛날 사대부들은 사군자에 자신의 높은 이상과 인격을 담아내고자 해, 그것을 그릴 때도 그것의 겉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보다는 그것들의 느낌과 운치를 표현하고자 한 문인화를 그리기를 좋아했다. 사군자의 형상 너머에 있는 정신과 기운을 마음으로 터득하여 그것의 사실적 복원보다는 붓과 먹으로 그것들의 높은 정신을 그리고자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림은 사물을 있는 그래도 복제하듯 옮겨 놓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군자의 마음으로 그 뜻을 표출해야 한다는 게 문인화의 정신이다. 즉 사의성을 통해 대상의 정신을 전하고자 하는 ‘전신론 회화관’이다.
⑥ <다>의 권헌이 이야기하는 매화의 운치을 느끼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다고 한 것도 그런 말이다. 그림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단순하게 복사기가 그림을 복사하듯 대상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적 특성인 그 기운과 정신을 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화는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논리적 이해’보다는 그것의 ‘운치 있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관주의 미학’이다.
하지만 <라>는 이와 상반된 입장이다. 다산 정약용의 입장은 대상을 그리면서 겉모습을 같지 않게 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며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야 한다는 사실론이다. 정신이란 대상의 모습 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으로 그림이란 정신이 나타나야 하는데, 겉모습부터 같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⑦ <다>와 <라>는 공통적으로 ‘대상의 본질’이 창작과 감상의 주요요소라고 하지만 <다>는 대상의 운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형상의 묘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고 <라>는 대상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묘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는 ‘전신론’을, <라>는 사실론을 각각 대변한다. ‘그림1’(김정희)의 세한도에 전신론, ‘그림 2’(변상벽)의 묘작도에 사실론이 잘 드러난다.
■첨삭지도
동양화의 양대 흐름은 ‘전신론(傳神論 혹은 사의론·寫意論) 대 사실론(혹은 형사론·形似論)’으로 대변된다. 대상을 정확하게 그리는 데 주안점을 두자는 게 사실론이다. 반면에 중국의 고개지(344∼405)가 최초로 주장한 전신론은 단순하게 대상을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 그리는 데에만 머무르면 안 되고 대상의 정신까지 담아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렇게 동양화는 대상을 원근법으로 객관적, 과학적으로 그리고자 한 서양화와는 다르게 ‘내면적 사실성(inner reality·사물의 본질)’까지를 다루는 문제였다. 그래서 사대부들은 사군자의 형상 너머에 있는 뜻을 마음으로 터득하고자 하였다. 가령 매화를 있는 그대로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게 아니라, 매화의 본질인 절개를 느껴 매화와 자신의 인격을 표현하는 사의성(寫意性)을 통해 그림의 높은 경지를 추구하려 했다.
이번 논제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야 대상의 본질이 얻어지는지, 아니면 대상의 운치를 잡아내야 얻어지는지를 학생들에게 묻는 문제다. ‘논제1’의 요구사항은 ‘<가>와 <나>가 각각 의미하는 바를 서술’하는 것이다. ‘각각’이란 전제를 단 만큼 제시문 ‘각각’을 따로 분석해 정리해야 한다.
현실의 3차원적인 대상물을 2차원의 평면에 그리는 그림은 하나의 뛰어난 기술이다. <가>는 그림의 본령은 우선 대상을 정확하게 그리는 것이고 그만큼 묘사의 정확성은 잘잘못이 뚜렷해, 그림의 판별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민성 학생은 그림에 대한 이런 오래된 생각이 나타난 <가>의 요지를 잘 분석, 서술했다. 이해력이 좋다는 증거다. 또한 제시문 <나>를 전신론의 관점으로 초지일관 서술한 논증력이 돋보인다. 전신론과 사실론의 근본적인 차이를 잘 이해한 뒤, 소동파의 ‘성죽어융중(成竹於胸中)’의 의미를 자신의 시선으로 따지는 게 주효했다.
‘논제 2’ 쓸거리는 두 가지다. (1) 제시문 <다>와 <라>의 요지를 설명하고 (2) 그림 1과 2를 비교 감상하는 것이다. 민성 학생은 1)을 ⑦처럼 깔끔하게 정리한 게 돋보인다. 그러나 (2)는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해 아쉽다. 도입부인 ‘사군자와 전신론’을 요약해 정리하고, 결말부에 (2)를 좀 더 풍부하게 써줘야 한다. 그래야 글이 <다>와 <라>를 잘 분석 정리한 본론과 함께 어울리며 짜임새가 있고 논제 요구조건을 100% 충족한 글이 된다.
무책임한 말투(①)는 논술에서 자제해야 한다. 문맥상 ①은 ‘그러나’가 맞다. ②는 논술의 일차적 목적인 의미전달에 문제가 있다. 문장이 긴 탓이다. “<가>에서 화가가 제왕에게 ‘형상이 없는 귀신이나 도깨비를 그리는 것이 가장 쉽다’라고 말한 까닭은 대상을 그리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준다.”로 좀 더 간결하게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원장이 역사적으로 유명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③은 쓸데없는 군말이므로 삭제하기 바란다. ‘∼같다’라는 표현은 논술에서 금기다. ④는 ‘∼말해준다’ 즉 확신조로 써줘야 한다. 문장 ⑤도 ‘그것’이란 지시어를 남발해 거칠다. “그래서 사대부들은 사군자에 자신의 높은 이상과 인격을 담아내고자, 대상의 겉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보다는 대상의 운치와 정신을 중요하게 표현했다.”로 써줘야 논술답다. ⑥ 또한 “<다>에서 권헌의 입장 또한 그렇다.”로 써주면 간결하고 명료하게 뜻을 전달할 수 있다.
[논제 분석]
서울대 2008 학년도 2차 예시문항 ‘문항2’ 유형이다. 동양화의 양대 흐름인 ‘전신론(寫意論) 대 사실론’을 다뤘다. ‘논제1’은 동양은 예부터 그림에 대한 생각이 어떠했는지를 <가>와 <나>를 통해 분석해야 한다. 이해력을 요구한다. ‘각각’이란 전제를 달았다. 제시문 ‘각각’을 따로 분석, 서술해야 한다. 핵심명령어는 ‘서술하라’다. 자신의 의견을 펼치는 게 아니라 ‘논제가 시킨 대로’ 제시문의 그림관을 기술하면 된다. 500자 내외의 요약서술형 논제이므로 서론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논제 2’는 제시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분석을 실제작품에 어떻게 적용하며 자신의 미적 감식안을 펼치는지를 보고자 하는 ‘창의적 문제해결과정’을 평가하려는 의도다. 1000자 안팎의 장문을 써야 하므로 도입부와 본론 그리고 결말부에 대한 개요를 미리 짜보는 게 좋다.
[제시문 분석]
<가> <나> 제나라 왕의 식객인 화가가 ‘귀신이나 도깨비를 그리는 것이 가장 쉽다’라고 말한 까닭은 말이나 개처럼 형상이 있는 대상을 그리는 것은 까다롭고 오히려 형상이 없는 도깨비가 ‘상상한 대로’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쉽다는 말과 다름없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미원장 또한 소의 눈동자 속에 목동의 모습이 있고 없음으로 진본과 가짜본을 판가름해, 그림의 일차적 성격은 묘사적 사실에 있다는 것을 웅변해줬다. <나>는 대나무를 그릴 때에는 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완성(成竹於胸中)’하라는 소동파의 회화관이다. 두 가지로 해석되어 왔다. 전신론자인 조선 후기 권헌의 경우에는 대나무의 본질적인 특성은 대나무에 있는 것이지만 운치를 느끼는 것은 화가에게 달려 있으므로 그 운치 있는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느껴 우선 ‘마음속에 대나무’를 그리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론자인 조선 후기 성호 이익과 다산 정약용은 대나무를 그리면서 겉모습(형상)을 같지 않게 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다> <라> 단순히 외형을 닮게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상의 운치를 표현해야 한다는 게 <다>의 전신론(傳神論)이다. 사군자를 그릴 때 고결한 군자의 인품이 드러나야 사군자의 본질 즉 대상물의 자연적 본성이 드러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다산 정약용의 회화관 <라>는 자신의 외숙인 윤용의 그림에 부친 <발취우첩>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림은 실물과 흡사하게 그려야 묘리가 정밀, 섬세, 생동적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뜻을 그리고 형을 그리지 않는(畵意不畵形)” 전신론은 대상의 본질을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주의 입장이다.
<그림1> <그림2> 변상벽은 고양이 그림을 ‘살아있는 고양이처럼’ 사실적으로 잘 그려 묘아(猫兒)로 불릴 정도였다. ‘묘작도’는 단원 김홍도의 속화처럼 뛰어난 사생력을 갖춘 사실주의 작품이다. 반면에 추사 김정희는 조선 후기 화원들이 지나치게 대상을 있는 그대로만 그리며 그 본질적 특성(사의적 가치)을 잃고만 속화(俗畵)현상이 만연하자,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를 강조한다. 화가의 느낌과 기상으로 대상의 본질을 획득하려는 전신론의 입장이다. ‘세한도’는 1844년 유배지 제주도에서 연경에서 구해온 책을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그렸다. 완당은 ‘마음속에 먼저 소나무를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소나무를 그렸다. 소나무의 정신인 ‘지조와 절개’를 표현하고자 하는 ‘전신론’이다. “날이 차가워 다른 나무들이 시든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가 여전히 푸르다는 것을 안다”라는 공자의 말이 인용된 발문과 소산한 그림이 어울리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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