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려고 나선 경찰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1층 로비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시에 덮치겠다며 1시간 일찍 출발한 경찰은 그러나 김 회장 자택 앞에서 이미 대기 중인 한화 직원 및 취재진과 맞닥뜨렸다. 한화 직원들은 압수수색에 앞서 취재진과 포토라인까지 협의한 상태였다. 한화 측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부른 변호사 3명은 집 안에 있었다.
‘보안’이 생명인 압수수색이 사실상 한화 측에 미리 공개된 상태에서 시작된 것.
이날 경찰은 사과상자 크기의 파란색 플라스틱 상자 3개를 싣고 떠났지만 압수품은 고작 상자 1개 분량이었다.
김 회장의 차량 트렁크 속에 있던 덧신과 나뭇가지, 집에 있던 운동화, 등산화, 검정 잠바 정도가 이날 수확의 전부였다.
당초 김 회장의 행적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압수 여부가 주목됐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폐쇄회로(CC)TV 등의 자료는 현장에서만 보고 압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틀 정도 보강수사를 편 뒤 2일경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던 경찰은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피해자 진술 외에 현재까지 김 회장 부자가 보복 폭행을 주도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과 없이 끝난 압수수색
1일 오후 1시 50분경 강대원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 등 수사팀 15명은 경찰 차량 4대에 나눠 타고 김 회장의 자택을 향해 출발했다.
오후 2시 15분경 김 회장 집에 도착한 강 과장은 이 집의 자택 관리인에게 영장을 보여 줬다. 관리인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주저 없이 수사팀을 들여보냈다.
경찰은 김 회장 자가용에 달린 GPS와 자택에 설치된 CCTV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건 당일 김 회장이 탄 차가 CCTV에 찍혔다면 이 또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확보하지 못했다.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날 수색에 김 회장 측은 당황하지 않고 시종 차분하게 대응했다.
○김 회장 아들도 혐의 부인
지난달 30일 오후 중국에서 돌아와 약 5시간에 걸쳐 밤샘 경찰 조사를 받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 김모(22) 씨는 “피해자는 나다. 나와 아버지는 S클럽 종업원들을 때린 적이 없다”며 폭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김 씨는 피해자들과의 대질신문도 거부했다.
한편 미국 예일대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 씨는 3월부터 서울대 동양사학과 방문학생으로 서울대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사건 직후 교수가 “왜 다쳤느냐”고 묻자 “상대편은 10명이고 우린 ‘쪽수’가 안 돼 맞았는데 나도 한 명만 때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측은 이번 사건으로 한화 법무실에 검찰 출신의 로펌 변호사들을 합류시켜 10여 명 규모의 변호인단을 꾸렸다. 그룹 내부에서는 부장검사 출신의 채정석(사법시험 23회·부사장급) 법무실장을 비롯해 법원 출신인 김태용(사시 29회) 상무, 검찰 출신인 정상식(사시 35회) 상무 등 10명이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외부에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오세헌(사시 24회) 변호사와 조준형(사시 29회)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두 사람 모두 검찰 출신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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