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로플린 스탠퍼드대 교수가 2004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에 취임했을 때 그에게 붙여졌던 별명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외국 출신인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월드컵 4강에 진출했듯이 외국인 출신 총장이 한국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로플린 총장은 교수들의 퇴진압력에 밀려 결국 2006년 물러났다.
한국이 외국인 총장을 통해 대학 개혁을 추진하려 한 시도와 그의 개혁구상을 둘러싼 갈등은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한국이 직면한 도전을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면과 이어지는 별도 1개면 기사에서 로플린 총장의 KAIST 총장 재직시절에 일어난 사건들을 소개했다.
신문은 시대 변화로 대학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한 한국이 3년 전 로플린 총장을 영입해 KAIST 개혁에 착수했지만 급진적인 개혁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개요.
KAIST 최초의 외국인 총장으로 취임한 로플린 총장은 KAIST를 미 명문 사립대학처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예술과 음악 등 교양과목 확대와 법학 및 의학부 준비과정 도입, 영어강의 확대 등 대폭적인 커리큘럼 변혁을 추진했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는 "수학적 능력과 음악적 능력은 관련이 있다"며 학생들을 위한 녹음스튜디오 설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교수들에 대한 성과급제 도입도 제안했다.
가장 논란이 된 제안은 정부 의존도 축소를 위해 수업료를 신설하자는 방안이었다. '잘 훈련된 엔지니어 배출기관'을 탈피해 과학 및 공과 분야에 우선순위를 두면서도 종합대학 성격의 대학으로 KAIST를 바꾸자는 안이었다.
그러나 교수들은 '수업료를 도입하면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힘들다'며 KAIST는 과학과 기술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대다수 교수들은 개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KAIST를 미국 사립대학처럼 바꾸려는 시도는 한국적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부적절한 구상이라며 반발했다. 로플린 총장과 교수진의 갈등은 확대됐고 결국 로플린 총장은 지난해 총장직에서 중도하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로플린 총장의 급진적인 개혁 구상이 결국 낙제점(F학점)을 받았다고 평가하면서 KAIST의 경험은 현재 한국이 처한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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