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옛도심의 재발견/중구 은행동 애견거리

  • 입력 2007년 5월 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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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은행동 이안과병원 옆 중교통 거리는 ‘도심 속 작은 동물원’이다.

도로변에는 애견센터와 애견미용실, 애견용품점, 동물병원, 미용학원, 애견경매장 등 관련업소 20여 곳이 밀집해 있다.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를 빼면 전국 최대 규모다.

지난달 30일 오후.

이날도 이 거리는 애완견을 사려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애완견에게 줄 선물을 사는 사람, 그리고 애완견을 데리고 병원에 들른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이 애견거리로 변한 것은 20여 년 전 ‘제일애견’ 한장희(48) 씨가 문을 열면서부터.

강아지를 좋아하는 그는 애완견을 키우다 새끼를 낳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고, 나중에는 그 수를 감당하지 못해 아예 가게를 차렸다. ‘애견’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에 애견센터를 처음 연 것. 그는 지금 자신의 가게 3층에 애견경매장까지 개설해 1주일에 300∼400마리를 애견센터에 공급하기도 한다.

한 씨 못지않게 오랫동안 이 거리를 지켜 온 사람은 ‘대전애견’ 조희숙(52·여) 씨.

“동물을 사랑하지 않고선 20년 이상 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조 씨는 근처에 애견 상설 할인매장을 열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거리는 경기 변동과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애견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경기가 좋아야 활기를 찾는다. 특히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경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자신과 함께 살아갈 강아지를 직접 보고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70∼80여 곳의 애견센터가 동네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지만 선택의 폭이 이곳과는 비교가 안돼 찾는 발길이 꾸준한 것.

애견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한 어미에게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나온 새끼라도 제각각이죠. 치와와는 눈과 이마가 툭 튀어나오고 주둥이가 작아야 최고의 몸값을 받지요.”

충북 옥천군에서 15년째 애견농장을 하며 경매를 하는 노영득(56) 씨의 말이다.

실제 같은 배에서 나온 같은 종류의 강아지도 최저 15만 원에서 최고 100만 원까지 값이 다르다. 말티즈는 털이 하얗고 입이 튀어나온 놈이, 하얀 치와와는 장모(長毛)여야 비싸다.

이곳에서 파는 애견용품들은 실제 사람들이 쓰는 물건만큼이나 종류와 가격이 다양하다. 애견용 천연비누, 샴푸와 린스, 컬러체인지(염색약)는 물론 눈 세정제와 치석 방지용 장난감도 있다. 최근에는 3만 원짜리 기능성 샴푸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20만 원에 달하는 애견 침대도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원도심의 많은 업소가 신도심으로 옮겨 갔지만, 애견에 관한 한 여전히 이곳이 대전의 중심이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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