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매일 학교로 등하교한다. 병원 안에 차려진 ‘어린이병원학교’에서는 병실과는 다른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병원학교는 오랜 기간 입원한 학생들의 학습 공백을 메우고 정서적으로 안정을 되찾아서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0년 개설됐다.
개그콘서트팀과 가수들은 2005년부터 매년 이들을 찾아온다. 병원 측은 어린이날 대잔치로 이날 행사를 꾸몄다. 사회사업팀 최권호 사회복지사는 “치료 때문에 공연장에 못 온 어린이들은 사인을 받아 달라고 부탁한다”며 “어린이들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다”고 말했다.
병원학교의 10평 남짓한 교실 두 개에는 동화책이 가득 차 있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읽고 놀 수 있다. 매일 시간대별로 음악치료 수학교실 미술치료 한자교실 등 24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은 검진이나 진료가 없을 때 각자 알아서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친구를 사귀고 책을 읽는다.
골절 부위의 염증으로 입원한 김인수(11·서울 강서초등학교 6학년) 군은 “병실보다 병원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며 “책도 마음껏 읽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아침에 눈을 뜨면 병원학교에 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30여 명, 매달 300여 명의 아이들이 병원학교를 찾는다. 개교 이후 병원학교를 거쳐 간 어린이는 모두 2500명 정도다.
이 학교는 지난해 서울 서부교육청과 협약을 맺었다. 초등학생은 하루 한 시간, 중고교생은 하루 두 시간 수업을 받으면 학교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 덕분에 아이들은 아프더라도 출석일수 미달로 인한 유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은 출석 인정 수업에서 국어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교과서 및 기본공통교과목을 배운다. 대학원생과 은퇴한 교사 등 자원봉사자가 대부분 1 대 1 방식으로 수업을 맡아 진행한다.
세 살 때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인 박영훈(가명·7) 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 수치가 낮아져 다시 입원했다. 2주일에 한 번씩 혈액검사를 받는 등 5년 이상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언제 재발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어머니 김정희(가명·34) 씨는 “기침이 심해 병원에 데려갔다가 백혈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병원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정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유일영 교장은 “몸이 아파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는 어린 환자를 보면 정말 안타깝다”면서 “병원학교는 이들의 학습 공백을 최소화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 병원학교는 16곳뿐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병원학교를 24개로 늘리고 후원금에 의지해 운영돼 온 병원학교에 학교당 1100만∼58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