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가 얼마 전 새 광고를 의뢰한 터라 평소보다 많은 10만 원을 준비했는데, 빈소 앞에 ‘고인의 뜻에 따라 부의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A 씨는 “지난달에만 경조사비로 30만 원 이상을 썼는데 솔직히 월급 생활자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털어놓았다.
○ 지난해 한국 경조비 총 7조2762억 원
7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경조사비는 월평균 4만2367원(연평균 50만8000원)으로 1년 전(3만7875원)보다 11.9%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소득 증가율 5.1%의 2배를 넘는 것이다.
1인 이상 가구 기준 경조사비는 한 달 평균 3만8188원(연평균 45만8200원)으로, 1인 이상 모든 가구 수(1588만7000가구)를 감안하면 지난해 한국 사회 전체가 약 7조2762억 원을 경조사비로 지출한 셈이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향후 10년간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소비자 후생 20조 원의 37%에 해당한다.
경조사비 지출은 최근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03년에는 3만6403원이던 가구당(2인 이상) 월평균 경조사비는 2004년(3만5843원)에는 소폭 줄었으나 2005년(3만7875원)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 경조사비 인플레이션도 한 몫
통계청은 작년에 경조사 비용이 급증한 것은 입춘이 두 번 돌아오는 ‘쌍춘년(雙春年) 효과’로 결혼이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결혼 건수는 33만2800건으로 2005년보다 5.2%(1만6400건) 늘었다. 이는 동성동본의 혼인신고 특례가 이뤄졌던 1996년(9.1%)을 제외하면 1980년(13.9%)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보건 의료 등 대부분의 소비 지출 항목에 비해 유독 경조사비가 급증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경조사비가 늘어난 것은 단지 쓸 곳이 늘었다기보다는 건당 액수 자체가 늘어난 데 따른 측면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결혼 증가율(5.2%)은 경조사비 증가율(11.9%)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사망 증가율도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06년 사망 증가율은 집계 중이지만 2005년(―0.1%) 등 최근에는 제자리 추세다.
한 달에 최소한 10여 곳의 경조사에 참석한다는 주류회사 마케팅담당 임원 B 씨는 “예전에는 별 친분이 없으면 경조사비로 3만 원만 낼 때도 있었으나 요즘은 5만∼10만 원 정도 내지 않으면 눈치 보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