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4월 20일자 A1·12면 참조
▶IMF세대<現36∼40세> ‘뒤늦은 웨딩마치’
▶“일 찾았으니 짝도 찾아야죠”
출산율 상승에는 외환위기를 전후해 결혼 적령기를 맞은 ‘IMF(국제통화기금) 세대’의 뒤늦은 결혼과 출산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출산율 상승 추세는 그해에 태어난 아이가 부자가 된다는 ‘황금돼지해’ 효과 때문에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합계출산율 1.13명으로 상승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06년 출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45만2000명으로 전년의 43만8000명보다 1만4000명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출생아 수는 ‘즈믄둥이(밀레니엄 베이비)’의 출산 붐으로 전년 대비 2만 명 늘어난 2000년 이후 매년 감소하다가 6년 만인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5년 1.08명까지 떨어졌던 합계 출산율도 지난해 1.13명으로 0.05명 늘었다. 합계 출산율이 높아진 것은 2003년(1.19명) 이후 처음. 하지만 이 같은 출산율도 일본(1.26) 미국(2.05) 독일(1.34) 프랑스(1.92·이상 2005년 기준) 등 선진국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도 지난해 9.3명으로 2005년(9.0명)에 비해 0.3명 증가했다.
○ 30대 여성의 늦깎이 출산
어머니의 나이를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출생아 수가 증가한 연령층은 ‘IMF 세대’로 불리는 35∼39세(17.1%)와 IMF 세대 남편이 많은 30∼34세(6.1%)뿐이었다.
여자 1000명당 출생아 수도 지난해 30∼34세가 90.4명으로 25∼29세(90.2명)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출생아 수 증가에 30대 여성들이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30대 여성의 초혼(初婚)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깊다.
30대 여성의 초혼 건수는 2005년 5만930건으로 전년에 비해 10% 증가했지만 20대는 오히려 2.2% 감소했다.
지난해 30대 여성들은 1997년 당시 21∼30세로 결혼 적령기였지만 외환위기와 벤처 거품 붕괴 등으로 오랜 기간 결혼을 늦췄고 최근에야 경제적 안정을 찾으면서 ‘늦깎이’ 출산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박경애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외환위기 등 경제, 사회적 요인으로 혼인과 출산을 연기하던 여성들이 이를 더 미루지 않은 것이 중요한 출산율 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결혼만 하고 아이 낳기는 주저하던 기혼 여성의 출산도 늘어났다. 동거기간 6년 이상인 부부가 낳은 아이 수는 지난해 7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4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출산율 증가가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돌아와 결혼하기 좋은 해라는 ‘쌍춘년(雙春年) 효과’ 때문이라는 해석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해 초 결혼해 10∼12월 아이를 낳은 빈도가 특이하게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쌍춘년 효과와 출산율 상승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밝히지 못했으며, 있다 해도 미미하다”며 “만약 쌍춘년 효과가 나타난다면 지난해가 아니라 올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돼지해’ 올해도 출산율 높아질듯
지난해 혼인이 많이 늘었고, 올해가 ‘황금돼지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합계 출산율 역시 지난해에 이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혼인 건수는 2003년 30만5000건으로 저점(低點)을 찍은 뒤 지난해(33만3000건)까지 3년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결혼이 출산의 강력한 전제인 한국 사회의 특성상 앞으로도 출생아 수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오랫동안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최근 출산율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과거에도 ‘밀레니엄 베이비’, 말띠 해(2002년) 여아 기피 풍조 등으로 2000년과 2003년 출산율이 ‘반짝’ 상승한 적이 있지만 곧 하락했던 경험이 있다.
통계청 측은 “앞으로도 사회, 경제적 여건이 갑자기 악화된다면 얼마든지 출산율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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