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오후 7시 대전 서구 둔산동의 와인 레스토랑 ‘르 셀리아’. 대전와인아카데미 18기 회원 13명이 ‘색(色)→향(香)→미(味)’ 순으로 와인을 음미한 뒤 한마디씩 소감을 말하자 박한표 아카데미 원장이 흡족한 표정으로 축배를 제의했다. 박 원장의 선창으로 이 모임 건배 구호인 “전설을 위하여”가 메아리쳤다.
대전의 본격 와인 바는 약 15개로 이 중 5개 정도가 최근 1년 사이에 생겼다. 와인을 취급하는 레스토랑은 부지기수로 늘었다.
대전의 와인 붐은 무료 와인 강좌인 와인 아카데미의 영향이 적지 않다.
2005년 6월 문을 열어 현재 19기를 교육 중인 와인 아카데미 수료생은 300여 명. 기업인과 의사, 공무원, 법조인, 예술가, 교수, 주부 등 다양한 직종의 회원들이 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와인을 전파하고 있다.
3기 수료생으로 ‘와인 전도사’로 불리는 정교순(아카데미 고문) 변호사는 “검사 시절 폭탄주를 즐겼지만 지금은 와인으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선으로 대전지검과 고검, 대전지법과 고법, 관세청 등의 기관장과 간부들이 와인 아카데미 출장 교육을 받고 와인 애호가가 됐다.
와인 아카데미는 2005년 5월 와인 바에서 만난 박 원장과 장영수(아카데미 고문) 씨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박 원장은 프랑스에서 프랑스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청주대에서 국제매너학을 강의하면서 와인을 가르쳤고, 장 고문은 일찍부터 독학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장 고문은 “비즈니스가 아닌 문화 전파 차원에서 무료로 강의를 하겠다고 하니 과연 강좌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많았다”며 “슬로건 ‘전설을 위하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기원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중화요리 전문점 이금당의 손용원 이사와 우송대 문재신(호텔외식경영학) 교수, 박광래 소믈리에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뒤이어 우송대 왕도열(호텔외식경영학) 교수, 세종대 이원옥(〃) 강사 등이 동참했다. 이금당 주성민 대표는 식당 내 5평을 전용 강의실로 제공했다.
와인 아카데미 회원은 한 달간 9차례(회당 2시간)에 걸쳐 프랑스 등 각국 와인과 와인 구별법, 매너 등을 배운다. 매번 4, 5병의 와인 시음비와 저녁식사비로 개인당 4만∼5만 원이 든다.
박 원장은 “와인은 단순한 음주라기보다 절제와 대화가 있는 문화”라며 “와인을 알고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042-487-3388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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