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라고 하면 죄를 짓고 만나는 무서운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동네 형이나 누나 같은 친근한 모습이 아주 좋았습니다. 학창 시절 진로에 대한 고민도 저희와 똑같던데요.”
7일 오후 6시 반 충북 청주 흥덕고(교장 정탁모)에 청주지검(검사장 박용석) 소속 평검사 14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곧바로 야간자율학습 중인 2학년 10개 학급 교실에 나뉘어 들어가 학생들을 상대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본래 이날은 청주지검 평검사들이 한 달에 한 번 갖는 회식 날. 검찰청사 인근 삼겹살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이나 가족 얘기 등을 나눌 시간이었지만 이날 이들은 고교생과의 대화를 선택했다.
원래 17명의 평검사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당직과 교육 및 병가로 3명은 빠졌다. 일선 검사들이 이처럼 총출동해 청소년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드문 일. 이따금 모교의 초청으로 강연을 하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기는 처음이다.
조재빈(37·사법연수원 29기) 검사는 “회식도 좋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 이런 행사를 제안했는데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며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친근한 검찰로 다가가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학교 2학년 김권섭(17) 군은 “검사들이 어떤 일을 하고 왜 필요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청주지검 검사들은 앞으로도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매달 학교를 찾는 한편 학부모들과도 원한다면 함께할 계획이다.
사명기(49) 교감은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키우고 이루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며 “검사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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