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의 H초등학교 조리원 8명은 지난 7일 “학교 급식이 부실해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저질 음식재료 때문에 식단도 부실하고 학생들 영양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며 호소문을 작성했다. 이들은 안양시교육청을 비롯해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에게 호소문을 배포했다. 조리원 8명 가운데 4명은 이 학교 학생의 학부형이기도 하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급식 관리 체계가 잘못돼 재료의 신선도 유지와 급식량 조절이 어렵다”며 “일부 선호하는 반찬은 부족하고, 선호하지 않는 반찬은 남아 잔반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실례로 “지난달 16일 제공된 닭강정은 양이 부족해 80여명이 먹지 못했고, 같은 달 23일 배식된 북어포 조림은 170여명의 학생들이 먹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3월 급식비를 한 끼에 1,950원으로 50원 인상하면서 친환경 음식재료를 사용해 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납품된 제품은 조잡하고 상한 재료들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며 “실제 지난 2일 배급된 양배추는 속 대부분이 썩어 있었고, 4일 급식될 예정이던 베이컨은 유통기한을 불과 하루만 남겨놓은 상태라서 조리를 거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여러 과정을 통해 영양사에게 건의하고 의견도 제시했지만 번번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학교 측은 7일 해명서를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이 학교 K교감은 “이번 일은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영양사와 조리원들 사이의 갈등 때문에 생겼다”며 조리원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K교감은 ‘영양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아이들 비만을 우려해 단백질 위주로 줄 수 없도록 급식 규정이 바뀌었다. 해당 교육청에도 식단에 대해 감사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친환경 음식재료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경기도의 친환경 마크가 찍혀 있으면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내용물이 부실하다고 하는데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검사를 받지 않고서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따졌다.
영양사 K씨도 “음식재료에는 전혀 하자가 없다. 일반 매장에서도 팔고 있고 다른 초등학교에도 사용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음식재료는 복수검사를 한다. 영양사, 반장(조리원 대표), 당번(해당 요일 조리원)이 함께 검사를 하는데 어떻게 문제가 생길 수 있겠느냐”고 강변했다.
K씨는 “이번 조리원들의 집단행동은 평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저에 대한 반발”이라고 했다.
“조리원들이 평소 업무를 소홀히 했다. 11시에 조리를 끝낸 뒤 점심을 먹는다. 학생들은 12시 20분부터 밥을 먹는다. 1시간 20분이나 방치된 음식을 먹는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식중독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조리원들에게 ‘1~2시 사이에 점심을 먹어라. 당신들은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 학생들에겐 왜 식은 음식을 주려하나. 학생들 점심시간에 맞춰 조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1~2시까지가 청소시간인데 식당 청소를 학생들이 했다. 조리원들은 4시 퇴근시간까지 낮잠을 잔다. 그런 현실을 묵과할 수 없어서 바로잡았다.”
그는 “그랬더니 ‘우리는 쉬지도 못하느냐, 기계냐, 너무 악독하다’며 인격적으로 모독했고, ‘예전처럼 밥을 먹게 해달라’고 계속 압력을 넣었다”면서 “제 자식들이 근처 초등학교 다닌다. 제 마음의 상처도 크지만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리원들과 영양사, 학교의 주장이 너무 달라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내일쯤 조사가 끝나면 잘못이 있는 쪽을 가려내 문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