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림(61·경기 용인시) 씨는 올해 2월 한 방송사의 불치병 어린이 돕기 프로그램에 30억 원을 내놓은 사실이 9일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해 1월에 30억 원을 기부한 지 1년만의 일이었다.
그가 처음 나눔을 실천한 것은 2002년 여름 태풍 '루사'가 전국에 생채기를 냈을 때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고향인 전남 함평에서 서울로 올라와 볼펜 장수를 시작했는데 비만 오면 줄줄 새던 판자집 시절이 잊혀지지 않아 수재민에게 써달라며 1억 원을 낸 게 이웃사랑의 시작이었다.
2003년 태풍 매매가 또다시 많은 수재민을 시름에 빠뜨리자 그는 또 1억 원을 냈다.
억대의 돈을 낸 것도 흔치 않지만 지난해부터는 1년 새 60억 원을 냈다. 토지 보상으로 받은 돈이었다.
1984년 용인시 상현동에 사둔 땅이 건설회사에 팔리면서 '큰돈'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 "땅값이 올라 받은 돈은 내 돈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해 불치병 어린이를 위한 방송 프로그램에 거액을 흔쾌히 냈다.
올해는 수원 광교신도시에 갖고 있던 땅이 포함되면서 받은 40억 원의 보상비에서 세금과 기타 비용을 제외한 30억 원 전부를 또 내놓았다.
언론의 집요한 인터뷰 요청마저 거부해 온 그는 선행 덕분에 건강을 찾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려는 청소년들의 방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의 일은 그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취지일 뿐 굳이 외부에 알려져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남1녀의 자녀들이 그의 엄청난 기부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도 그에게 힘을 줬다는 것. 그는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올바로 판단해,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을 사회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전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뷰한 경인일보에 따르면 그는 "30억 원을 낼 때 솔직히 3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하며 고민했고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 나니 행복감이 물밀 듯 밀려 왔다"고 말했다.
용인=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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