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배우는 검사들…배심재판제 도입 앞두고 화술 공부

  • 입력 2007년 5월 15일 19시 56분


"매일 30분에서 1시간씩 연설 연습을 하세요."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에 모인 전국 검찰청의 공판 담당검사 45명은 14일 외부 연설 전문가의 강의에 몰두했다.

대검찰청은 내년부터 중범죄 사건에 배심 재판제도가 부분적으로 도입되는 것에 대비해 공판 검사들을 대상으로 1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공판 기법 과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내용 중에 법정에서 배심원을 상대로 보다 설득력 있게 얘기하는 화술(話術)과 제스처가 단연 검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사로 초빙된 연설 전문가 민성원 씨는 "미국인들이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를 시사고발프로그램 '60분'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는 친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 씨는 검사들에게 직접 연설을 해보도록 한 뒤 불필요한 동작이나 표현 등을 고쳐주기도 했다.

교육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영화 '꽃잎'에 출연했던 이영란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구본진 부장검사와 함께 '공판기술과 연극기법'이란 주제로 강의를 한다.

이 교수는 살인, 강간 등 5가지 사건에 대한 모의 배심재판에 참여한 검사들의 피고인 및 증인 심문, 배심원 설득 과정을 지켜보면서 동작과 목소리, 시선 등을 1대 1로 교정해 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

'배심재판을 위한 연극 기법과 전략'이란 책을 번역한 구 부장은 "미스터리와 같이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를 개발해 배심원에게 '이야기' 해주듯 말하라", "열정을 갖되 흥분하지 말고 이의제기는 완곡하게 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에 대해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 공판 검사는 "지금도 법정에서 상당부분을 구술로 하고 있다"며 "좀 더 배심원이 알아듣기 쉽게 얘기하면 되지, 배심 재판을 한다고 갑자기 달라질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 검사는 "일부 검사들은 배심원을 상대로 연기하듯 말과 동작을 잘 해야 한다는데 상당한 부담을 갖는 것 같다"며 "이번 교육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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