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재영]“명분보다 실리” 제주 도민의 결단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곳곳에 상처가 나고 갈등의 골도 생겼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된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꿋꿋하게 씨앗을 뿌리고 있다.

주민들은 제주 해군기지가 정체된 마을의 돌파구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말한다.

“국가안보, 평화의 섬도 모두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강정마을은 ‘마을 어르신’과 청장년층의 화합을 통해 위계질서가 잘 잡힌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 하지만 개발에서 소외돼 위기의식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런 마을 분위기는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해군기지 유치’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2002년 해군기지가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뒤 찬반양론이 무성했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평화의 섬이라는 이미지에 맞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체제의 교두보로 이용돼 1차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반발 기류가 조성되면서 제주도는 머뭇거렸다. 갈팡질팡하던 제주도는 여론조사를 거쳐 해군기지 후보지를 결정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책사업을 더는 미룰 수 없어 도민의 판단에 맡기고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발표 이후 강정마을 주민이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해군기지 유치 결정은 최대 변수가 됐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도민 54.3%가 찬성했다. 반대는 38.2%. 찬성이 16.1%포인트 높았다.

반대 단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도민은 해군기지 유치를 선택했다.

해군기지 자체를 원해서라기보다는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제주지역의 변화를 바라는 심정에서 찬성 의사를 표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군기지 최초 후보지로 거론됐다가 탈락한 서귀포시 안덕면 지역의 한 유치위원은 반대 활동을 벌인 시민단체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털어놨다.

“반대를 위한 반대, 나만 옳다는 식의 반대에 질렸습니다. 시민단체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 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제주에서

임재영 사회부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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