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고등학교 학생부 지도교사들은 3월 새 학기부터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안아 준다.
교사와 학생 간에 ‘프리 허그(Free Hugs)’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
임산(41) 학생부장과 지도교사 5명은 3, 4명씩 돌아가며 매일 오전 7시 반부터 40∼50분 동안 등교하는 학생 660명을 일일이 ‘사랑합니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라는 인사말과 함께 껴안으며 등을 두드려 준다.
처음에는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지각 안할 게요’ ‘수업 시간에 졸지 않겠습니다’라고 호응한다.
학생회장 정재석(18) 군은 “무서운 인상으로 교문 앞에서 복장 단속을 하던 학생부 선생님들과 포옹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무안하기도 했지만 자꾸 하다보니 선생님이 달리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처음 학생부 교사들이 ‘담배 피우는지 냄새를 맡기 위해 껴안는 척한다’ ‘머리나 복장 불량을 잡아내기 위해서다’라고 오해했다.
그러나 한 달이 넘어가면서 진심을 이해하고는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시작했다.
이무산 교무부장은 “프리 허그를 한 이후 봄철 가출이나 지각, 교실폭력, 왕따 등이 눈에 띄게 줄었고 교사와 학생들 간에 대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학생 안아주기는 교실로 확산되고 있다.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늦게 들어오는 학생들을 안아주면 ‘앞으로 잘할 게요’ ‘말을 줄이겠습니다’고 먼저 사과한다.
학부모들도 이 모습을 보고 ‘선생님들에게 믿음이 간다’고 학교에 전화를 하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임산 학생부장은 “학생들이 친구를 경쟁자로만 여기고 ‘점수의 노예’가 돼 가는 교육 현실에서 힘든 일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이 운동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조건 없이 안아 준다’는 뜻의 프리 허그는 2년 전 한 청년이 호주 시드니에서 ‘프리 허그’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안아주면서 시작됐으며 최근에는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국내로 퍼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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