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신세대 性의식-①부 10대 여고생들의 대담한 성의식

  • 입력 2007년 5월 16일 11시 59분


[기획취재] 신세대 性의식-①부 10대 여고생들의 대담한 성의식

가벼운 포옹은 예사, 진한 스킨십 거쳐 성관계까지

우리나라 20∼30대 여성 10명 중 4명은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성 관계를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프스타일채널 올리브 ‘박해미의 판도라 상자’는 지난 12일 20~30대 여성 1100명을 대상으로 성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40%가 20~25세 사이에 첫 경험을 했고 18%는 26∼30세, 중·고등학생기인 16∼20세 사이에 첫 관계를 가졌다는 사람은 6%였다. 또한 10명 중 7명은 “혼전 순결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최근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의 성 의식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동아닷컴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첫 경험을 한다고 밝힌 10~20대 여성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性) 얘기를 들어보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3부작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

10대 고등학생 커플들의 애정행각(?)은 위험 수위다. 교내에서 손을 잡거나 키스와 포옹은 예사. 학교 구석진 곳에서 진한 스킨십을 거쳐 성 관계까지 갖는 학생들도 많단다. 교사와 학생들은 “한 반에서 30%는 성 경험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14~15일 양일간 서울 및 수도권 고교를 찾아 ‘커플’들의 실상을 취재했다.

“이성과 스킨십 나누기 위해 일찍 등교, 늦게 귀가”

“성 관계를 갖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한 반에 30%가 넘는다고 봐야합니다.”

서울 A고 박성종 교사의 말이다. 이 학교의 한 반 정원은 30명. 반에서 9명 이상이 성 경험을 한 셈이다.

박 교사는 학교에 일찍 오거나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 중에 문제아가 많다고 했다. “공부가 아니라 연애를 하기 위해 교사보다 일찍 오거나 늦게 귀가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생들이 스킨십을 나누기 위해 즐겨 찾는 장소는 교내의 구석지거나 후미진 곳. 낮에는 가벼운 포옹이나 키스 정도에 그치지만 밤에는 성 관계로 이어진다.

“요즘은 여학생들이 이성교제에 더 적극적입니다. 남학생에게 먼저 다가가 사랑 고백을 하거나 신체 접촉에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러나 성 관계 이후가 문제다. 여학생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될 경우 전학을 가게 되고 남학생은 무분별한 성 관계로 성병에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박 교사는 “실정이 이런데도 제대로 된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 교육이 20년 전의 내용과 똑같다. 외부에 ‘성교육 했다’며 내세우기 위한 면피용이다. 정말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한탄했다.

“학생들에게 ‘성 관계를 갖지 말라’고 말만 해서 될 게 아닙니다. 학교 밖에서 자기들끼리 자고 그러는데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일일이 따라 다니며 관리할 수도 없고…. 그래서 남학생에게는 콘돔을 꼭 갖고 다니라고 하고, 여학생에게는 피임을 하라고 합니다.”

그는 “현 시대에 맞는 성 교육을 하루빨리 실시해야 아이들의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학여행 숙소에서 성관계 맺는 커플까지

경기도 K시 B고를 가봤다. 이곳도 학생 커플들이 교내에서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가볍게 포옹하는 건 예사였다.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애정을 과시한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교사의 눈을 피해 계단이나 어두컴컴한 곳에서 서로의 몸을 더듬는다.

김유미 교사는 “아이들의 스킨십이 너무 진하다. 대낮에 그것도 선생님들이 보는 데서도 그 정돈데, 밤에는 어떨지 정말 걱정이다. 그러지 말라고 하면 ‘선생님은 구시대적 사람이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런 고리타분한 말을 하느냐’고 따진다. 결혼 안 한 선생님일 경우 노처녀 히스테리 부리는 거냐고도 한다. 참 어이없다”고 했다.

Y시 C고는 얼마 전 학교를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학여행 때 한 커플이 단체 행동에서 몰래 빠져나가 숙소에서 성 관계를 갖다 발각된 것.

박상민 교사는 “학생들이 문을 잠가놓고 대낮에 그 짓을 한 겁니다. 참 기가 막힙디다. 그 애들 말이 더 가관이었습니다. ‘재밌을 것 같아서, 같이 있고 싶어서…’ 죄책감은 차치하더라도 생각 자체가 없어요”라며 혀를 찼다.

“에이~, 요즘 누가 손만 잡아요!”

15일 경기도 K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B고 2학년 여학생 6명의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교사들에게는 들을 수 없었던 적나라한 얘기들을 털어놨다. 이들 중에는 현재 남자친구와 교제 중인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교실이나 복도에서 키스와 포옹을 하는 커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밤이면 인적이 드문 곳에서 성 관계를 갖는 커플들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 한 명의 여고생을 점찍어 여러 남학생들이 차례차례 교제 후 성 관계를 맺는 일명 ‘돌림빵’도 일어난단다. 다음은 이들이 털어놓은 얘기다.

“진한 스킨십은 선생님들이 모르는 장소에서 하지만 키스 정도는 쉬는 시간에 교실이나 복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해요. 남자 무릎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시시할 정도죠.”(차은정 양)

“교실에서 스킨십을 나누는 아이들을 봐도 별 반응이 없어요. ‘쟤네들 뭐니’ 정도…. 키스를 하는 애들도 다른 애들 시선은 신경 안 써요. 초등학교 때부터 이성과 사귀는 문화가 퍼져서 그런지 애정 과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커플들도 자연스럽게 해요.”(강민정 양)

“우리 반은 35명인데 내가 아는 것만 8~10명이 이성 교제를 해요. 데이트는 학교 끝나고 저녁에 호프집 같은 데서 술도 마시고 PC방도 가고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그러죠. 데이트에서 키스나 애무는 기본이죠. 모텔에 가서 자기도 하는데요.”(김초희 양)

“성 관계를 했다고 자랑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목에 찍힌 키스 마크를 보여주거나 언제 어디서 누구랑 몇 번 했다는 식이죠. 또 입맞춤했을 때는 어떻고 관계 가졌을 때는 어떻다는 식으로 당시 느낌을 자세하게 들려주는 아이들도 있어요.”(이윤정 양)

오정희 양은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한 여자를 돌아가며 사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남자애들이 몸매 좋고 예쁜 여자애 한 명을 찍은 뒤 작업하고 난 다음에 다른 남자애에게 넘기는 ‘돌림빵’도 있어요. 또 서로의 여자친구를 교환하기도 해요. 남자애들은 여자친구와 성 관계를 갖고 나면 여자애에게 질려하는 것 같아요. 한 여자애를 오래 사귀려고 안 해요.”

오 양은 자신도 최근 사귀던 남자친구와 성 관계를 가진 뒤 이별을 통고받았다고 했다.

“학교 성교육 수준은 원시시대…전혀 도움 안 돼”

이들은 이성교제에 대한 학교의 제재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성 관계를 갖는 데 대해선 우려를 내비치면서도 현실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간섭하면 오히려 반발심만 생겨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어요. 가만히 놔둬도 사귀고 깨지고 하면서 잘 돌아가거든요.”(오정희 양)

“성적이 떨어질까 봐 나무라고 하시는데요, 그건 성적이 좋은 아이들에게만 해당돼요. 성적이 나쁜 아이들이 사귀면 그냥 놔둬요. 또 관계가 깨지면 선생님들이 뭐라고 안 하기 때문에 애들이 깨졌다고 뻥치고 몰래 만나요.”(박희진 양)

“단순히 사귀는 건 상관없지만 선을 넘는 게 문제잖아요. 학교에서 현실에 맞는 성 교육을 실시해 아이들에게 ‘성 관계’와 관련한 문제의식을 심어줘야 할 것 같아요. 가급적 선을 넘지 않도록…. 하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 같아요.”(차은정 양)

이들은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은 원시시대적인 수준이라고 했다. 배란주기나 남녀 생식기 구조 등 교과서적인 내용뿐이기 때문에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요즘은 여자애들이 남자애들에게 ‘야동(야한 동영상)’에 대해 묻고,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에게 야동 사이트 주소를 가르쳐준다. 남자애랑 여자애가 같이 야동을 보기도 한다”며 “성적인 면에서 서로가 굉장히 개방적”이라고 강조했다.

“성 관계를 갖더라도 임신만 안 하면 되잖아요.”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 뒤 서울행 버스를 탔다. 햇살이 눈부셨다. 길가의 초목도 신록의 계절인 5월에 걸맞게 푸르렀다. 그러나 마음은 바깥의 화창함을 따라가지 못했다. 학생들의 얘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학교에서 가만히 나뒀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알 건 다 알거든요. 성 관계를 갖더라도 임신만 안 하면 되잖아요. 좋아서 함께 있는 건데 그게 왜 나쁜가요.”

*인터뷰에 응해준 교사와 학생들의 이름은 가명임을 밝힙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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