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점검/꽃게철 시름뿐인 연평도

  • 입력 2007년 5월 17일 07시 22분


“요즘 바다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와요. 달리 먹고살 방법을 찾아봐야지 별 수 있습니까?”

국내 최대 꽃게산지로 유명한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8.5t짜리 꽃게잡이 어선 오성9호 선주인 박태원(48) 씨.

그는 1990년부터 꽃게를 잡아 살아왔지만 요즘은 공사장에 나가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1994년 건조돼 아직 멀쩡한 그의 배는 지난해부터 선착장에 묶여 있다. 2000년부터 불어나기 시작한 빚 때문에 출어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예 조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빌린 돈만 2억2000만 원에 이르고, 사채가 3억 원이 넘어 이자 갚기에도 벅차다.

박 씨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꽃게가 잘 잡혀 연간 1억 원 가까운 수입을 올렸지만 이제는 조업에 나서면 빚만 늘어날 뿐”이라며 “조업을 포기한 어선이 20척이 넘는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꽃게 철을 맞은 요즘 연평도에는 조업에 나서는 어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적막감이 돌고 있다.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대출자금이 불어난 데다 꽃게 잡이에 나서 봤자 선원에게 줄 인건비와 기름값도 못 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자 선주들이 출어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연평도의 봄철 꽃게 조업이 시작됐으나 현재 출어하는 어선은 전체 꽃게 잡이 어선 55척 가운데 10척 안팎에 불과하다.

현재 연평도 선주들은 1인당 보통 4억∼5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실정.

어선 1척에 보통 6명의 선원이 타는데 1인당 300만∼500만 원에 이르는 선불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연평도의 꽃게 어획량은 매년 급감하고 있다.

지난 한 달 연평도에서 잡은 꽃게는 모두 5501k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어획량인 8319kg에 비해 34%나 감소했다.

해양환경 전문가와 어민들은 꽃게가 잡히지 않은 것은 서해연안이 오염되고 수온이 낮아져 서식 환경이 나빠진 데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조업’이 극성을 부렸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업을 가까스로 이어가고 있는 선주들의 한숨도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986년부터 농어민을 대상으로 시행해 온 면세유공급제도(조세감면규제법)를 바꾸어 올해 7∼12월 세금을 25% 수준까지 인상 부과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아예 감세혜택마저 폐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면세유 1드럼(200L)은 현재 인천에서 9만6300원에 공급되고 있으나 면세 혜택이 없어지면 3배 가까이 오르게 된다.

출어 경비 가운데 인건비 다음으로 부담이 많은 연료비에 대해 면세유 공급이 폐지되면 출어를 포기하는 선주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상당수 어민은 어선을 처분하고 전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인천시도 어업 경쟁력 차원에서 75억 원을 들여 내년까지 30척의 꽃게 잡이 어선을 감척할 계획이다. 그러나 선주들은 보상을 받아 봐야 빚도 못 갚을 형편이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경 관계자는 “꽃게 어획량 감소는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인천의 경우 더 심각하기 때문에 어장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 어선의 싹쓸이조업을 철저하게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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