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 바닥쳤나?…이달들어 하락폭 둔화

  • 입력 2007년 5월 18일 03시 00분


“급매물은 대부분 팔렸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달에 살걸…’ 하며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아요.”(서울 강남구 개포동 K중개업소)

이달 들어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매매가 하락폭이 둔화되면서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주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주 강남구 아파트 값은 0.03%, 송파구는 0.15%, 양천구는 0.27% 떨어져 하락폭이 전주보다 0.2%포인트 안팎 줄었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16일 “일부에선 집값이 바닥이라고 말하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지금은) 오히려 집값 하락의 초기 국면이다”라고 강조하는 등 서둘러 ‘바닥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발언을 되레 강남권 집값 하락세가 마지막 국면에 돌입했다는 신호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 고개 드는 ‘바닥론’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34평형은 지난달 말 10억7000만 원에서 이달 들어서는 10억7500만∼10억9000만 원에 5건가량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층이나 향(向)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급매물이 소진된 뒤 값이 소폭 오른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자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근 박준공인 관계자는 “‘1·11 부동산 대책’ 후 관망세에 들어간 수요자들이 점점 조바심을 내고 있다. 문의전화를 받아 보면 다시 투자에 나설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15평형도 4월 말 8억3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5일 8억7000만 원에 팔린 매물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호가(呼價)는 8억90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10억 원 밑으로 가격이 떨어져 화제가 됐던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의 시세는 지난달 말 이후 9억5000만 원에서 4주째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인근 금탑공인 측은 “3, 4월에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에 따른 매물도 나왔지만 지금은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까지 소유권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에 급매물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 ‘L자형’ 가격 추이로 굳어질까

이달 들어 강남 아파트 값 하락세가 둔화된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 메리트’를 노린 수요가 생겨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규정 차장은 “지금 정도면 사도 큰 손해는 안 볼 것 같다고 생각한 대기수요가 급매물을 소진시켜 ‘가격 저항선’이 생긴 것 같다”고 해석했다.

대출 규제에 따른 충격이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됐다는 점도 바닥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여기에 다음 달 발표될 ‘강남 대체 신도시’가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바닥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며 강남권 집값이 저점을 찍더라도 예전과 같은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종부세 급매물이 팔렸다는 것을 빼고는 시장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무주택자들은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에 강남 수요는 여전히 제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도 “작년 하반기(7∼12월)에 집을 샀던 ‘일시적 2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重課)를 피하려면 기존 주택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공급 초과상태가 계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강남 집값은 크게 떨어지지도, 오르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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