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남매를 둔 서울 강북구 수유3동의 문창주(57) 씨. “차례로 자녀들 나이를 알려 달라”는 질문에 다섯째부터 막혀버렸다. 서른네 살에 늦장가를 간 문 씨는 1983년 낳은 첫딸을 시작으로 4남 7녀를 뒀다. 부인 최관선(47) 씨가 아이를 많이 낳기를 원해 ‘자식 부자’가 됐다고 했다.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남상돈(42) 이영미(42) 씨 부부도 5남 6녀를 뒀다. 문 씨와 남 씨 가족은 현재 서울 최고의 ‘다둥이 가족’. 특히 지난해 안타깝게 젖먹이인 12번째 아이를 잃은 남 씨 부부는 13번째 자녀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두 가족 자녀들은 나이대도 비슷하다. 문 씨 가족은 첫째가 24세, 막내가 4세로 20년 차가 나며, 남 씨 가족은 첫째가 20세, 막내가 3세다. 초중고교생과 유아가 골고루 섞여 있다는 점도 같다. 문 씨는 남 씨 자녀들이 고정 출연했던 한 TV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우리 집이랑 똑같아 반가웠다”고 했다.
문 씨는 관광버스를 운전한다. 집에 들어오면 항상 ‘시장바닥’ 같지만 북적거리는 아이들 사이에 있으면 장시간 운전으로 쌓인 피로가 싹 가신다고 했다.
식구 열셋이 생활하는 집의 방은 모두 4칸. 첫째와 둘째 딸 둘, 그 아래 딸 둘, 중고교생 아들 둘과 초등학생 아들 하나, 그리고 부부와 나머지 어린 아이들이 방 한 칸씩을 쓴다.
동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 씨 가족은 2006년 11월 14평 전세살이를 청산하고 다둥이 특별 분양 대상 자격으로 영등포구 당산동의 35평 장기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아이가 11명이지만 동네주민들이 아이들을 훤히 꿰고 있어 아이를 잃을 염려는 없다. 몇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단체 외출 때는 ‘맨 투 맨’으로 큰아이와 작은아이를 짝 지워서 아이들을 돌본다.
주변에서는 그 많은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걱정하지만, 부모들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큰 아이들이 때론 어린 동생들의 엄마가, 때론 가정교사가 돼 짐을 덜어 준다는 것. 그러나 빠듯한 살림에 학원을 보낼 수 없는 점은 아쉽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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