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 가치 와이브로 기술 1800억원에 美로 유출될뻔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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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휴대 인터넷 와이브로(WiBro)의 핵심 기술을 미국으로 빼돌리려 한 국내 정보기술(IT) 업체의 전현직 연구원들이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제영)는 포스데이타가 개발한 와이브로 관련 핵심 기술을 유출한 뒤 미국에 팔아넘기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 회사 전직 연구원 정모(40) 씨 등 3명과 현직 연구원 황모(46)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이 회사 미국 연구소 전 연구실장 김모 씨 등 3명이 기술 유출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하고, 미국 측과 사법공조 등을 통한 국내 소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핵심 기술 유출 직전 적발=김 씨는 지난해 12월 미국에 인터넷기술 업체인 I사를 설립해 운영하던 중 포스데이타 측과의 불화로 올 3월 해임됐다. 이에 김 씨를 따르던 정 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포스테이타 사무실에서 외장 하드디스크와 e메일 등을 이용해 와이브로 핵심 기술 자료를 빼낸 뒤 I사 한국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이 빼낸 기술은 와이브로 개발 과정의 기술분석 자료인 ‘테크니컬 메모’, 와이브로 기지국 성능을 좌우하는 ‘기지국 채널카드’, 장비 전반에 대한 테스트 결과 등이다.

이 중 일부는 I사 본사로 유출됐지만 핵심 기술은 미국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적발돼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이들은 포스데이타 직원 30여 명을 추가로 I사에 합류시켜 빼돌린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뒤 I사를 미국 IT업체에 1800억 원에 매각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기술 유출에 따른 불법행위가 문제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법률 검토까지 하는가 하면 기술자료를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가 거리낌 없이 유출하는 등 도덕 불감증이 극에 달한 사례”라고 밝혔다.

▽‘차세대 성장 동력’ 사라질 뻔=2004년 정보통신부와 국내 IT업체들이 개발에 착수한 와이브로 기술은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해 한국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정통부에 따르면 2006∼2010년 와이브로 산업의 국내 서비스 시장 규모는 8조1000억 원, 장비 시장 규모는 5조8000억 원에 이를 것이며 같은 기간 세계 시장 규모는 총 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 기술로 앞으로 6년간 국내에서 27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돼 ‘차세대 성장 동력’ 기술로 꼽힌다.

검찰과 포스데이타는 이번에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면 앞으로 관련 장비의 수출이 막히는 등 15조 원의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포스데이타 관계자는 “와이브로 관련 핵심 기술이 전부 유출됐으면 국내와 해외의 기술 격차가 현격하게 줄어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기술 유출 시도로 인한 회사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으로 진행 중인 연구개발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데이타 측은 검찰 수사와 별도로 10일 기술 절취를 시도한 I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민사소송을 냈으며, 미국 법에 따라 곧 형사고소도 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기술 유출 범죄를 적발해 처리한 건수는 1999년 39건에 불과했지만 2002년 151건, 2004년 165건, 2005년 207건, 지난해 237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에는 3월 말 현재 38건이 적발됐다.

기술 유출을 막지 못했다면 2003∼2006년 총 96조여 원, 올해 1분기(1∼3월) 37조여 원의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검찰은 추산했다.

검찰은 “현행법상 기술 유출 범죄는 합법적인 감청 대상에서 빠져 있어 예방이나 적발이 쉽지 않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와이브로:

‘와이어리스 브로드밴드(Wireless Broadband)’의 약자로 휴대전화처럼 ‘언제, 어디서나,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차세대 핵심 통신기술. 노트북 컴퓨터 등에 와이브로용 정보 수신기를 부착하면 시속 100km 이상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36면짜리 신문 1부를 내려받는 데 0.7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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