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데…벌써 가면 어떻게 해"

  • 입력 2007년 5월 21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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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학교행사에 열심히 참여했던 고 황성해(35 여)씨와 정인영(41 여)씨가 아이들의 웃음을 뒤로 한 채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소방훈련 추락사고'로 숨진 황씨와 정씨에 대한 장례식이 21일 오전 7시55분께와 8시20분께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에서 유족들의 슬픔 속에 치러졌다.

장례식장 옆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지만 영정 속에서 황씨와 정씨는 아이들에게 보여줬던 그 모습 그대로 밝게 웃고 있어 장례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단 주황색 근무복의 소방대원 8명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꽃으로 십자가가 장식된 관을 장례식장 1층 안치실에서 옮겼다.

검은색 운구차로 옮겨지는 도중 소방악대의 장송 행진곡이 서글프게 울렸고 회색 정복을 입은 소방공무원 60여명은 떠나는 이들을 향해 예를 갖췄다.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던 자녀들은 처음엔 어른들의 애도 분위기 속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어머니의 유해가 안치실에서 나오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이내 눈물을 흘렸다.

이를 본 유족들은 "(애들이) 아직 저렇게 어린데… 벌써 가면 어떻게 해"라며 가슴을 부여 잡고 오열했다.

운구차 속으로 이들의 유해가 들어가는 것을 본 한 유족은 끝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주변 사람에 업혀 가기도 했다.

이윽고 운구차량의 뒷문이 닫혔고 서울 중랑소방서 소방순찰차의 안내를 받으며 운구차, 유족과 친지가 탄 버스가 병원을 떠났다.

빈소가 마련됐던 장례식장 2층엔 5일 동안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과 유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말없이 지켜봤던 조화만 쓸쓸하게 자리를 지켰다.

황씨의 유족들은 장지인 경기 이천시 모가면으로 이동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를 치렀다.

정씨의 유족은 서울 신내동 성당에서 1시간 동안 장례미사에 참석한 뒤 가족묘지인 경기 이천시 율면 고덕리에서 장례를 치르고 고인이 영원한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황씨 등은 지난 17일 서울 중랑구 원묵초등학교에서 굴절 사다리차를 타고 소방안전 훈련을 받다 와이어가 끊어지는 바람에 24m 운동장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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