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아동기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뇌 회로와 신경체계에 손상이 가 인지, 정서, 기억 능력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 면역체계 손상으로 감기에만 걸려도 입원하는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동기 스트레스는 엄마와 떨어졌다는 것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질을 높이면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어린이 스트레스, 심하면 뇌손상까지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각기 다른 스트레스를 받는다.
생후 6개월간은 생존 스트레스, 18개월 이전까지는 타인에 대한 불안 스트레스, 3세 이전까지는 1차 양육자의 사랑을 잃어버릴까 하는 스트레스, 4세 이전까지는 신체 손상에 대한 스트레스, 8세 이전까지는 양심에 비춰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최근 삼성복지재단이 주관한 제 15회 '건강한 환경 유능한 어린이' 학술대회에 참석한 미국 덴버대 심리학과 사라 와타무라 교수는 "아이는 두뇌가 작기 때문에 어른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하다"고 발표했다.
사람은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지, 기억, 정서를 맡는 뇌의 해마가 손상된다. 또 공포, 욕구 등 감정을 처리하는 뇌와 억제력과 주의력 기능을 하는 소뇌활동이 줄어든다. 어린이의 뇌 손상은 발달장애로 이어지기 쉽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아이들은 만 1세 무렵에는 양육자와 신뢰감을, 2~3세 시기에는 자율성을, 4~5세 시기에는 주도성을, 6~11세 시기에는 근면성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발달 단계에 따라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트레스에 노출되면 불안장애, 우울증, 과민성 대장증후군, 만성피로증 등에 시달릴 수 있다.
● 어떻게 극복하나
아이의 연령대에 맞게 엄마가 반응하는 게 중요하다.
2세 이전 아이에게는 '필요할 때 항상 엄마가 옆에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 아이가 원하면 즉각 우유를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 엄마와 바람직한 애착관계가 형성되면 3세 이후에는 엄마가 보이지 않아도 마음 속에 엄마의 표상이 자리잡게 된다. '저녁이면 엄마가 온다', '낮에 있었던 일을 엄마한테 이야기하면 재미있겠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아이들은 우울한 엄마와 하루 종일 지내는 것보다 2시간만 함께 있더라도 자신에게 집중하고 활기찬 엄마와 함께 있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아이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한 것으로 보이면 그 원인을 찾아서 개선하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스트레스를 풀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동생만 예뻐하는 게 스트레스라면 동생만 아니라 언니(형)도 사랑한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한 번이라도 더 안아주는 게 좋다.
아이가 종이를 찢어서 하늘로 날리거나 풍선을 터뜨리게 해보거나 다트 던지기 놀이를 하거나 야외에서 농구공을 벽에 던지게 하거나 찰흙을 주물럭거리게 하거나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큰 종이에 원하는 대로 색칠하게 하는 등 마음대로 놀게 하면 스트레스를 푸는 데 좋다. 단 부모 형제를 공격하게 방치하지는 말아야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어린이는 '내적 탄성'을 갖고 있어 약간만 도움을 줘도 곧 회복된다"며 "극심한 스트레스와 학대로 뇌가 망가지기 전에 보살핌과 간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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