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 아이 독서지도]책내용 꼬치꼬치 묻는 엄마

  • 입력 2007년 5월 22일 02시 56분


엄마라면 누구나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데 열심인 엄마들이 적지 않다. 이들을 보면 당혹스러워질 때가 있다.

한글을 익히게 한답시고 손가락으로 글자를 짚어 가면서 읽어 주는 엄마도 있다. 또 책의 내용을 아이에게 확인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옆 사람 목소리에 지지 않으려고 점점 큰 목소리로 책을 읽어 주는 엄마도 있다.

아이에게 뭔가를 알려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드러난다. 이때 ‘뭔가’란 바로 단순 지식이기 십상이다. 엄마들이 단순한 지식이나마 아이들에게 확인하고 싶어하는 건 스스로 위안을 받기 위해서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걸 믿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책 읽기의 결과를 확인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런 욕심은 아이들이 책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할 위험성이 있다.

“다른 집 아이들도 이 책을 다 샀어요. 다른 아이들도 다 보는데 이 아이만 안 보면 뒤떨어지지 않겠어요?”

책 전집을 사는 엄마라면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이런 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아이가 좀 더 잘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이 책을 보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책을 사고 나면 늘 남들보다 앞서 아이에게 필요하다는 책을 구입하게 된다. 아이의 취향이나 반응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엄마가 내용을 확인하면 할수록 아이는 책을 볼 때도 엄마가 물어볼 것을 염두에 두고 읽게 되고 엄마의 질문에 답을 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책 읽기 방식이 몸에 배면 아이들은 늘 이런 식으로 필요한 지식을 쏙쏙 뽑아서 읽어 낸다.

이게 과연 좋은 방법일까? 책을 읽는 목적은 아이를 백과사전처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비록 한 가지 사실만을 알고 있더라도 이를 자기 식으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 실컷 즐기면서 맘껏 상상하며 놀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

아이들은 즐겁게 책을 읽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책을 통해 든든한 힘을 얻는다. 이 힘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 힘이 드러나는 건 아이에게 그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지식을 위한 학습은 잊어버리면 끝이다. 책 읽기의 목적이 학습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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