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1> 이익집단이 구성원의 경제적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나 중재를 얻어 다른 사회구성원으로부터 부(富)의 이전을 꾀하는,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이고 낭비적인 활동을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라고 정의한다. (중략) 부의 이전을 꾀하는 집단이 이미 여러 가지 특혜를 받고 있거나 혹은 부유한 집단인 경우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그러므로 이들은 공공연하게 부의 이전을 꾀하기보다 공익을 내세워 자신들의 활동을 정당화하려 한다.
―소병희, ‘정책결정권자의 사익추구 감시 위한 비용-편익분석’
<제시문2> 1980년대 미국의 철강업계는 10년 전부터 누적된 적자, 그리고 생산성과 효율성의 하락으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공업국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의 철강 수입이 증가하자, 철강업계를 대변하는 집단들은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수출자율규제’라는 결정을 미국 정부가 내리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공급 제한으로 철강 가격이 올라 철강업계는 막대한 경제적 지대를 얻었습니다. 그렇지만 철강 가격의 상승은 미국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예컨대 자동차산업을 비롯해서 철강을 원자재로 쓰는 다른 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잃어 외국기업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손정식, ‘생활 속의 경제원리’
■해설
서강대는 2006학년도 수시2학기 논술고사에서 ‘지대추구 행위’의 문제점과 원인을 1, 2의 제시문을 활용해 서술하도록 했다.
지대추구 행위는 미국의 경제학자 앤 크루거가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도입된 ‘수입물량 제한’ 등이 이해관계집단에 의해 이용돼 심각한 사회적 낭비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일반적으로 ‘지대(rent)’란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말한다.
이에 비해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는 토지처럼 공급이 제한되거나 비탄력적이어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졌을 때의 가치(기회비용) 이상으로 보유자가 얻는 몫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천부적인 자질을 갖고 태어난 유명 축구선수를 떠올려 보자. 그의 연봉은 수십억 원이나 된다. 이 선수가 축구를 하지 않고 다른 직업을 선택했더라면, 축구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의 가치를 포함하더라도 그의 소득(축구선수의 기회비용)은 수억 원에도 이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연봉의 상당 부분은 공급이 극히 제한된(천부적 자질로) 데 따른 ‘경제적 지대’로 볼 수 있다.
‘지대추구 행위’란 경제적 지대를 누리기 위해 개인이나 집단이 인위적으로 공급을 제한하거나 비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흔히 정부의 보조금, 세제상의 우대 조치, 진입 규제 등의 정부 정책이 동원된다.
국가에서 정한 면허나 허가가 필요한 특정 직종이나 사업도 인위적으로 ‘경제적 지대’를 만들어낸 사례로 볼 수 있다.
정부에서 정한 공급량(1년에 몇 명 또는 몇 건 하는 식)은 가격에 따라 신축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는 비탄력적인 공급 곡선의 모양을 갖게 된다.
만약 이들이 자신들의 직종이나 사업에 대해 진입 장벽을 높이려 한다면, 이는 공급을 더 비탄력적으로 만들어 더 많은 경제적 지대를 추구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즉, 면허제나 허가제라는 ‘규제’를 통해 지대를 추구하는 것이며, 결국 지대추구 행위는 규제추구 행위가 된다.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지대추구 행위를 없애려는 것이기도 하다.
한 경 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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