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신용<下>]알고, 바꾸고, 익히게 하세요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0분


<<21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

김모(10) 양은 손에 든 물품을 아저씨에게 들어 보이고는 돈을 내지 않고 그냥 문구점을 나섰다.

“계산은 엄마가 할 거예요.”

문구점 주인은 ‘멤버십 카드 장부’를 꺼내 날짜와 가격을 적었다.

최근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과 분식점 등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외상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맞벌이 부모가 많아지면서

학생들에게 일일이 학용품 완구 등을 위한 용돈을 주기보다는 필요할 때마다 가서 쓴 뒤 학부모가 일괄적으로 계산을 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구점은 ‘멤버십 카드’를 만들어 놓고 매상을 늘리기 위해 ‘외상 거래’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교육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상 거래가 ‘어린이 스스로 신용을 쌓고 주어진 예산안에서 소비를 하는’ 신용교육을 방해하는 주범이라고 경고한다.>>

○효과적인 신용교육 ‘KAS’

천규승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신용교육은 생활 속에서 ‘KAS’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KAS란 ‘지식(knowledge)’, ‘습관(attitude)’, ‘기술(skill)’을 포괄하는 용어로, 신용교육은 이 세 가지 토대에서 이뤄져야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신용교육에서 필요한 지식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 “분수를 지키자” 등 단순한 것들로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문제는 이 지식을 습관으로 길러 주는 것이다.

천 국장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말로만 얘기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부모 스스로 본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전화를 받기 싫다고 “아빠 없다고 해”라고 거짓말을 시키면, 아이들은 ‘거짓말은 편리에 따라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연체도 습관… 만화책 제때 반납부터 실천

신용교육의 ‘기술’은 일상 속에서 알려 줘야 한다.

예를 들어 도서대여점에서 만화책을 빌릴 때 반납 날짜가 되면 아무리 늦더라도 아이와 함께 가서 ‘빌린 것은 기한 내에 갚아야 한다’는 교훈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연체를 하면 가게 주인에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고 아이와 함께 “왜 아빠가 사과를 해야 했는지”를 설명하고 토론하는 것이 좋다.

천 국장은 “많은 학생이 연체를 해도 ‘연체료만 내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연체료는 단지 벌금일 뿐 돈보다 중요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체도 습관이다.

만화책이나 비디오테이프 연체처럼 작은 곳에서 신용 불량의 ‘검은 유혹’은 시작된다.

연체가 습관이 되다 보면 연체금은 불어나게 되고 어느 순간 연체금을 물고 안 좋은 소리를 듣는 것이 싫어져 그 가게와 거래를 끊게 된다. ‘악성 채무자’가 되는 것이다.

2003년 ‘카드 대란(大亂)’ 때 소득도 없는 청소년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은 이처럼 ‘빌린 것은 갚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습관이 배어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뀔 때까지 끊임없이 대화해야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믿는다.

놀랍게도 이런 믿음은 ‘사실’이다. 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천 국장은 ‘청소년 신용교육’에서도 이런 ‘기우제’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신용교육뿐 아니라 많은 경우 부모들은 몇 차례 자녀에게 ‘이래라 저래라’ 얘기를 한 뒤 “우리 아이는 말을 해도 안 들어”하며 쉽게 지치고 포기해 버린다.

몇 차례 시도해 보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행동과 습관으로 바뀔 때까지 자녀와 끈질기게 대화를 해야 한다.

자녀와의 대화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

천 국장은 “아이들은 스펀지와 같아서 흡수가 빠르지만 한편으로는 용수철처럼 압박하면 튕겨 낸다”며 “독립된 개체로 스스로 판단해서 반발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인내심을 갖고 자녀와 끊임없이 대화하라는 충고다. 그러다 보면 인디언에게 단비가 내리듯 자녀에게는 신용 습관이 몸에 배어 있을 것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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