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서 과장, 범서방파와 식사… ‘폭력배 동원’ 알고 있었다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4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강대원(56·사진) 수사과장이 내사 과정에서 이 사건에 폭력배를 동원한 범서방파 행동대장 오모(54) 씨를 만나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대기발령 조치됐다.

강 과장은 오 씨에게서 김 회장 사건에 누가 동원됐는지 등 구체적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 보도 이전까지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특히 오 씨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달 27일 캐나다로 도피해 경찰이 사실상 핵심 피의자인 오 씨의 출국을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오 씨는 3월 8일 사건 당일 한화그룹 관계사인 한화리조트의 김모 감사의 부탁을 받고 폭행 현장에 폭력배 3명을 동원한 혐의로 국제형사기구(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강 과장이 지난달 중순 오 씨를 만나 식사한 사실이 확인돼 이 날짜로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강 과장이 남대문경찰서 이모 강력팀장에게서 오 씨를 소개받은 뒤 오 씨를 통해 김 회장 사건에 한화그룹 경호담당 진모 과장과 한화건설 용역업체인 D토건의 김모 사장 등이 개입한 사실을 이미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이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뒤 늑장수사 의혹이 일자 “피해자 파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 수사에 진척이 없다”며 거짓 해명을 했다.

경찰은 또 “D토건의 개입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강 과장은 오 씨가 이 사건에 관련된 인물인 줄 모르고 순수하게 사건 첩보를 얻기 위해 오 씨를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희곤 남대문 서장은 이달 14일 일부 기자들을 만나 “내사 단계에서 오 씨의 개입사실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강 과장과 오 씨 사이에 ‘뒷거래’가 있었을 개연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강 과장은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일에 대해서는 묻지 말라”고 말했다.

한편 늑장수사 및 외압 의혹에 대해 감찰을 벌이고 있는 경찰청은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 첩보를 입수한 서울청 소속 광역수사대를 배제하고 남대문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 부장을 상대로 이첩 경위를 조사 중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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