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동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심. 하지만 으능정이 거리는 항상 대전에서 가장 젊은 사람들로 넘쳐 난다.
으능정이는 이곳이 개발되기 전에 있었던 큰 은행나무와 정자를 아울러 표현한 우리말.
정식 명칭이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인 이곳은 1996년 ‘이 안경원’ 주변 길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면서 생겼다. 10, 20대가 주류를 이뤄 30, 40대 직장인 술 손님이 많은 인근 대흥동 거리와는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은행동상가번영회에 따르면 으능정이 거리의 하루 인파는 평일 4만여 명, 주말 6만∼7만 명이며 인근 충북이나 전북 등에서도 찾아온다.
거리의 각종 이벤트나 공연은 이 거리가 신세대의 메카임을 말해 준다.
조성욱 상가번영회장은 “젊은이의 취향을 알아내려는 설문조사와 이들을 겨냥한 휴대전화 및 피자 회사 등의 즉석 이벤트가 집중되고 있다”며 “대학 동아리의 각종 공연도 심심치 않게 열린다”고 말했다.
선거 때에는 출마자들이 젊은 층의 표심을 사기 위해 찾아온다. 한 선거 기획 담당자는 “출마자는 여기서 유세함으로써 표심은 물론 젊음의 이미지를 얻어 간다”고 전했다
이 거리를 찾는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이 상인들에게는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앤비백화점 이성재 판촉팀장은 “10대는 장기적인 고객이기는 하지만 윈도 쇼핑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박립 중앙로 지구대장은 “청소년 범죄가 늘어날까 봐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찾을 만한 명소가 없다고 말한다. 중구청이나 상가번영회도 청소년들이 젊음을 발산할 특별한 이벤트나 공간을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소년들은 왜 이곳을 찾을까.
“예쁜 액세서리나 셔츠가 싸잖아요.” “아이 쇼핑(윈도 쇼핑)이 즐거워요.” “떡볶이 집이 많잖아요.”
이 거리를 중심으로 은행동의 점포는 350여 개. 이 가운데 35%는 패션점(옷과 신발 등), 30%는 액세서리 및 잡화점, 30%는 미용실과 소주방, 노래방이다.
유명 메이커 매장도 있지만 5000∼1만 원짜리 청소년 취향의 셔츠와 바지를 파는 상점이 많다. ‘컵 탕수육’ ‘짜장 떡볶이’ ‘생과일 꼬치’ 등 퓨전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와 즉석 사진관, 길거리 아이스크림 가게 등도 즐비하다. 노래방은 2시간에 5000원으로 인근 대흥동(1만2000∼1만5000원)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고교생 김모(17) 양은 “친구들과 1만∼2만 원씩 들고 나오면 예쁜 셔츠나 액세서리를 사고 즉석 사진을 찍은 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반나절 이상 즐길 수 있다”며 “주말이나 소풍을 앞두고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여중생은 “사실 대전에서 마땅히 갈 데가 없어 온다. 비슷한 나이의 또래가 많아 즐거울 뿐”이라고 말했다.
‘끼리’라는 연대감과 해방구 같은 탈출감, 그것이 청소년들이 이곳을 찾는 더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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