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설립 취지는 단순히 수십 년간 지속된 사법시험을 폐지하자는 데 있지 않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학원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법시험 준비를 공교육이 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사법시험 준비생은 학부 강의보다는 신림동 학원 수업이나 교재에 주로 의존한다. 올해 실시한 사법시험에서는 8지선다형의 문제를 출제했다. 신림동 학원가는 이에 맞춰 새로운 유형의 문제에 대비한 강의를 한다. 사법시험 준비생이 학원가를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학부 강의와 미국의 로스쿨을 동시에 체험한 교수들은 로스쿨 강의가 훨씬 실무적이라고 말한다. 학생의 수업 집중도나 열의가 학부 강의보다 높다고 말한다. 로스쿨 졸업 성적이 법조계에 진출할 때 절대적 평가 요소가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커리큘럼 자체가 실무적인 내용을 다루는 만큼 이론 중심인 사법시험보다 현실적이다.
시험 준비와 사법연수원 수료 기간을 합치면 현재의 제도에서 법조인이 탄생하기까지 4, 5년이 걸린다. 로스쿨 수료에는 2년이 걸리므로 학생 처지에서는 부담이 덜 된다. 수료 뒤 법조계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학업 내용은 소중한 경험이 된다. 사법시험은 실패할 경우엔 본인에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로스쿨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대학도 불안하기만 하다. 이미 40여 개 대학이 2000억 원 이상을 들여 법학관을 신축하거나 증설하고 교수를 충원했다. 대학이 로스쿨 설립에 투자한 예산의 상당 부분은 학생의 등록금에서 나왔다.
로스쿨이냐 사법시험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대학생과 대학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조속한 해법을 기대한다.
이태호 서울시립대 법학부 4학년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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