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파장이 경찰 최고 수뇌부까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다음 주 초로 예정돼 있었던 감찰결과 발표가 홍영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돌연한 사의 표명 직후인 25일 서둘러 진행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더 싣는다.
▽“서울청장은 알고 있었다”=경찰 수뇌부 수사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한화그룹 고문으로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청탁성 전화를 받은 인물들이다.
최 전 청장은 사건 발생 나흘 뒤인 3월 12일부터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달 24일까지 홍 서울청장과 김학배 서울청 수사부장, 한기민 서울청 형사과장,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 등 수사라인의 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통화했다.
특히 최 전 청장은 홍 서울청장과 3월 15일 서울 강남의 일식집에서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서울청장은 이에 대해 “성동경찰서 이전 문제로 만난 것”이라고 밝혔지만 경찰 감찰 조사에서 홍 청장이 비슷한 시기에 한 형사과장에게 김 회장 사건에 대해 물어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서울청 산하 광역수사대에서 정식으로 첩보를 보고한 3월 23일 전까지는 사건을 알지 못했다는 홍 청장의 지금까지의 해명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홍 청장이 3월 중순경 이미 한화 사건을 알고 있었으며 남대문서로 사건을 이첩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청장은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 명예를 걸고 사건 이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택순 경찰청장도 한화그룹과의 관련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4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이 경찰청장이 사건 발생 뒤 고교 동창인 한화증권 유모 고문을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이날 감찰결과 브리핑에서는 ‘이 청장이 유 고문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경찰청 남형수 감사관은 “통상적 관계로 1년에 3, 4차례 통화하는 사이지만 이 건과 관련해 일절 접촉은 없었다”면서도 “통화 내용을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 이첩=사건 발생 직후 서울청 광역수사대의 오모 경위는 서울 중구 북창동의 한 지인에게 사건 내용을 전해 듣고 3월 23일 정식으로 서울청에 보고했다. 당시 광역수사대는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상당히 수사를 진척시켰지만 김학배 수사부장은 갑자기 수사 주체를 바꿔 같은 달 26일 이 첩보를 남대문서로 내려 보냈다.
김 수사부장은 첩보가 올라오기도 전인 3월 17일경 이미 사건 이첩을 결심했다고 경찰청은 밝혔다. 당시 김 부장은 광역수사대의 반발이 우려돼 한 형사과장에게 “김 회장 사건을 남대문서로 하달했으면 하니 광역수사대를 잘 설득해 달라”고 지시했다는 것.
한 형사과장은 며칠 뒤 “광역수사대의 반발이 심하다”며 만류했지만 김 부장은 사건 이첩을 강행했다.
더욱이 김 부장은 한 형사과장을 시켜 사건을 이첩한 사실을 홍 서울청장에게도 보고토록 했다. 첩보 이첩은 형사과장 전결 사항으로 통상 청장에게는 보고하지 않는다.
▽앞뒤 바뀐 남대문서 수사=사건을 이첩 받은 남대문서는 김 회장이 직접 폭행에 가담한 사실을 알고도 내사 착수 보고서에 김 회장 대신 둘째 아들의 이름만 적었다.
내사 과정에선 피해자 6명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도 접촉이 어렵다는 이유로 언론이 보도하기 전까지 가해자인 한화 측만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뒤 가해자를 조사하는 수사의 ABC조차 지키지 않은 셈이다.
■김승연 회장 석방청구 기각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수석부장판사 이상훈)는 김 회장에 대한 구속적부심사에서 “구속영장 발부가 적법하고 계속 구속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석방 청구를 기각했다. 한편 경찰청은 25일 경찰청 수사국의 최동해 총경을 서울청 형사과장에, 경찰청 혁신기획단의 김영수 총경을 남대문서장에 임명했다.
경찰청 보복폭행 사건 감찰 징계 결과 | ||
- | 징계 내용 및 조치 | 징계 이유 |
김학배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 -직위해제 및 향후 중징계-압력행사 및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 | -수사총괄책임자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남대문서로 첩보 하달 지시 -사후 조치 소홀로 사건 축소. 늑장수사 의혹 등 직무태만으로 물의 야기 |
한기민 서울청 형사과장 | -직위해제 및 징계 | 수사 소홀, 늑장수사 의혹을 야기하는 등 업무처리 소홀 |
장희곤 남대문경찰서 서장 | -직위해제 및 향후 중징계-압력행사 및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 | 수사지휘 소홀로 수사 미진, 늑장수사 의혹을 야기한 책임 |
강대원 남대문서 수사과장 | 선 대기발령(5월 22일) 후 수사 중, 향후 중징계 | 조직폭력배와 부적절한 관계 |
이진영 남대문서 강력2팀장 | ||
김환수 태평로지구대장 | 직위해제 및 중징계 | 112신고 사건 현장조치 소홀 및 지휘보고하지 않은 책임 |
현장 출동 경찰관 2명 | 중징계 | 현장조치 및 지휘보고 소홀히 한 책임 |
남대문서 생활안전과장 등 2명 | 징계 | |
남대문서 상황실장 등 2명 | 계고(경징계) |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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