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전용게시판에는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하루에 수십 건 씩 올라오고 있으나 경찰청이 이를 임의로 삭제하고 있으며, 일선 경찰간부들이 이에 반발해 공동성명까지 발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경찰 수뇌부가 긴장하고 있다.
▽"경찰 최대 수치"…이 청장 책임론 부상=27일 경찰청 홈페이지 게시판과 하위직 경찰관들의 홈페이지인 '무궁화클럽' '폴네띠앙' 등에는 "경찰 수뇌부가 자신들이 살겠다고 부하들을 검찰에 팔아먹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경찰 수뇌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찰 창설 이래 최대 수치'라는 자조 속에 이 청장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특히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해온 황운하(경찰대 1기·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총경은 경찰관 전용게시판에 '이택순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황 총경은 이 글에서 "비통함을 넘어 경악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부분"이라며 "이는 경찰 자체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청장은 최선을 다해 청와대를 설득해서 '수사 의뢰'만은 막아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25일 김학배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장희곤 전 남대문서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경찰관 전용게시판을 관리하는 경찰청 혁신기획과는 25일부터 이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수십 건의 글을 계속 삭제하고 있다.
혁신기획과 관계자는 "사이버 경찰청 운영규칙 제7조 제2항에 근거 없는 비방 글은 삭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임의 삭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하루 수십 건의 글이 사라지면서 일선에서의 반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찰 수뇌부는 '경찰대학 출신의 일부간부들이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준비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청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청와대의 지시여서 자칫하면 일선 경찰과 청와대와의 마찰로도 이어질 소지도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 검토=서울중앙지검은 경찰청이 수사의뢰한 사건을 마약조직범죄수사부와 특수부 소속 검사들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에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폭력배와 경찰의 유착 의혹 등에 대한 실체 규명 차원에서 마조부가 수사에 관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청이 28일 공식적으로 수사의뢰를 하면 담당 수사 부서를 지정해 배당하고, 전현직 경찰 관계자를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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