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천시의회가 추모공원 건립 예산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일부 시의원과 주민의 반발로 표결은 무산됐다.
▽추모공원=시는 2005년 2월 330억 원을 들여 원미구 춘의동 462 일대 개발제한구역 1만5391평의 터에 유골 3만 기를 안치할 수 있는 추모공원을 2007년까지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천 지역에 화장시설이 없기 때문에 인천과 경기 벽제 수원 성남 등에 있는 화장시설을 비싸게 이용할 수밖에 없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
실제로 시민들이 다른 지역의 화장시설을 이용하려면 4, 5일씩 기다리거나 정상 요금의 3∼6배씩 내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부천지역 화장률이 2003년 55%였지만 2014년에는 7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대신 시는 납골당과 화장로 6개를 갖추게 될 이 추모공원에 주민들이 혐오감을 갖지 않도록 호수와 분수, 체육시설 등 테마공원을 아울러 조성하기로 했다.
▽찬성 vs 반대=추모공원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여론은 찬성과 반대로 갈렸다.
시는 우선 반대하는 시민을 설득하기 위해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여론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사회단체와 종교계 인사 20명으로 구성된 ‘추모공원 조성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전체 시민 86만 명을 대상으로 추모공원 조성 지지 서명 캠페인을 벌여 30만여 명에게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춘의, 역곡동과 인근 서울 구로, 양천구 주민들은 “추모공원이 들어서면 주거 환경이 훼손되고 부동산 가치가 떨어진다”며 반발했다.
이 주민들은 17만 명이 넘는 시민에게 반대 서명을 받은 뒤 추모공원 조성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시위를 벌여 왔다.
또 지난해 홍건표 시장이 역곡동을 방문했을 때 일부 시민이 길을 막고 폭력을 휘두르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어떻게 될까=4월 추모공원 건립사업이 경기도의 승인을 받자 시는 최근 건립에 필요한 예산안을 시의회에 상정했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18일 오전부터 추모공원 1단계 예산안(8억1000만 원)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에 반대하는 기초의원들이 불참해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시의회도 추모공원 건립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
특히 이날 오후 5시부터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 100여 명이 몰려와 아예 본회의장과 의장실을 밤 12시가 넘은 시간까지 점거하는 소동이 벌어져 자동으로 무산됐다.
시는 시의회가 14일 이내에 임시회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다시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본회의에 불참한 기초의원과 시민들은 여전히 건립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파행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관계자는 “시민을 위해 필요한 시설인 만큼 12월까지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 반드시 추모공원을 건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